본 논문은 기업이 선임한 사외이사의 구성비율과 재임기간으로 측정한 이들의 특징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다. 또한 기존 연구들에서 활용되어 온 사외이사 비율을 개별 사외이사의 재임기간에 따라 재 산정하여 분석에 활용함으로써 사외이사 비율로 측정한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연구 분야의 확장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지금까지 진행된 기업지배구조 관련 연구들에서는 사외이사가 경영자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러한 독립성을 사외이사 비율로 대리하여 측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분석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사외이사가 기업의 최고경영자 혹은 경영진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사외이사를 경영진으로부터 우호적인 사외이사와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분하여 사외이사 비율을 재 산정한 후 이것이 대리인 비용의 발생, 기업가치 혹은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연구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본 논문에서는 이를 더욱 확장하여 사외이사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가정 하에 이들의 재임기간을 토대로 사외이사 비율을 재 산정하여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이를 다룬 기존 연구들과는 차별화된다.
한편 본 연구는 대척점에 있는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과 경영자에 필요한 조언을 제공하는 기능 등 사외이사 기능을 중심으로 한 대리인 이론과 경영자 안주가설을 주요 이론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강압적 동형화 과정을 통해 사외이사 제도를 수용해 온 부분을 감안할 때, 경영자의 안주성향이 경영자에 대한 사외이사의 모니터링 기능을 약화시킬 것으로 판단하여 전반적인 분석이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진다.
본 연구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기간 동안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3,861개 표본기업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 재임기간 및 법적 최소기준을 초과하여 선임한 사외이사 수를 중심으로 한 사외이사 특성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고정효과모형을 활용한 분석결과 전술한 3가지 주요 관심변수는 기업 가치에 미치는 유의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3년 단위의 재임기간에 따른 사외이사 비율을 재 산정한 분석결과, 3년 미만의 재임기간에 해당하는 사외이사 비율은 기업 가치에 유의한 양(+)의 영향을, 3년 이상 6년 미만의 재임기간에 해당하는 사외이사 비율은 기업 가치에 유의한 음(-)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고경영자 재임기간의 경우 기업 가치에 유의한 양(+)의 영향을 나타내어 추가분석에서는 이를 통제변수로 추가하여,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기업 여부, 사외이사 중도퇴임 여부 및 비자발적인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가능성 등을 반영한 강건성 검증을 실시하였다. 실증분석결과 이러한 특징들이 추가적으로 반영되었음에도 재임기간에 따른 사외이사 비율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본 연구의 결과는 강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전기의 사외이사 재임기간별 사외이사 비율을 활용하여 역의 인과관계로 인한 내생성에 대한 강건성 검증을 진행하였는데, 분석결과 역의 인과관계로 인한 내생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기여점이 존재한다. 첫째, 국내 상장법인의 경우 강압적 동형화 과정을 통해 사외이사 제도를 수용해 왔지만 사외이사 초과선임을 기업의 가시성을 높이는 정당성의 획득 수단으로 활용해온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사외이사의 경영자에 대한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본 연구의 결과만을 고려한다면 사외이사 재임기간을 평균 3년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외이사 평균 재임기간이 3년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셋째, 본 연구의 결과는 수탁자 책임을 이행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임원선임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만약 기관투자자가 사외이사의 평균 재임기간이 긴 기업에서의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찬성하였다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수기 조사한 이사회 구성현황 데이터를 통해 사외이사 재임기간에 따른 사외이사 비율을 재 산정하여 분석에 활용함으로써 이와 관련한 기업지배구조 연구 분야의 확장에 기여한다. 지금까지 사외이사 재임기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연구가 거의 전무했던 점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이를 활용한 연구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