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예술과 노동 그리고 예술과 경제의 결합을 시도하며 인간의 본질과 삶의 회복을 추구한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의 예술 경제 사상을 기반으로 현대 우리나라 예술인 지원 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그의 저서인 『예술의 정치 경제학(1857)』 을 중심으로 러스킨의 예술 경제 사상을 이해하고, 예술 경제 원칙인 발굴, 적용, 보존, 분배의 네 가지 원칙을 현대 예술인 지원 제도에 적용하여 분석한다. 이와 동시에 예술 노동의 행위자인 예술가에 대한 정의와 위상의 시대적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19세기 러스킨의 문화예술 이론을 통해 바라본 현대 예술인 지원 제도에 문제점 및 예술 경제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나타나는 한계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러스킨이 살았던 19세기는 인류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시기로 급격하게 산업이 팽창하여 불안정했다. 이러한 사회 배경 속에서 수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론과 문화예술이라는 특수한 분야 사이에 생기는 이질성을 극복하고자 존 러스킨은 문화경제학의 사상적 기초를 마련했다. 『예술의 정치 경제학』 에서 예술을 발전시키며 예술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예술 경제의 중심축으로 보며, '고유가치' 와 '유효가치' 에 대한 예술 경제 원칙과 실천적 방안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예술가 발굴과 활용을 다루는 '고유가치' 를 다른 나라에서 유례가 없는 공공기관이라는 점과 '예술인' 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는 차별점을 바탕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원 사업에 비교하여 분석하였으며, 예술품 보존과 분배에 대한 '유효가치' 는 「문화예술진흥법」 에 의거하여 설립된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 및 운영하는 사업을 통해 알아보았다.
러스킨의 예술 경제 원칙을 현대 예술인 지원 제도에 적용했을 때 그가 제시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확대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었으며, 이러한 원인은 예술 및 예술가의 정의와 위상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19세기 러스킨은 예술의 '내용' 을 중요시 여기는 좁은 의미의 예술 및 예술가를 정의한 반면 현대의 예술 및 예술가는 영역이 광범위해지고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예술관련 법은 예술의 내용이 아닌 예술의 '형식' 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점을 바탕으로 예술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진행되는 '예술활동증명' 에서 양적 수치를 중심으로 평가되어 예술가 발굴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러스킨이 예술경제원칙에서 예술가 발굴이 국가의 예술 경제에 중요 사항이라고 강조한 것과 같이 예술가 발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양적 기준 중심에서 정성적 요소를 더하여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러스킨의 예술 경제 사상은 국가의 부로서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여 공공지원의 정당성을 부여하며, 문화 예술 경영 및 관리의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오늘날까지 예술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정책 수립과 집행에 대하여 실천적 제안을 하고 있다. 또한 미학과 철학의 탐구의 대상이던 예술을 실용학문인 경제학 관점에서 고찰하여 문화경제학이라는 응용경제학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현대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러스킨의 예술사상은 자유시장체계 안에서 극심해지는 인간 소외와 낮게 평가되는 예술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예술과 노동, 경제를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새로운 틀을 제공했는 점과 그가 제시한 틀을 현대 예술인 지원 제도에 적용하여 분석하는 것은 종래의 경제학적 논리로만 예술을 다루려는 우리 사회의 인식 속 근본적인 예술과 예술 노동, 경제의 관계와 가치를 재고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