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보 처리의 한계로 인해 효율을 위해 실제와 현실을 구성하고 있는 무수한 정보 중 나머지 요소는 삭제하고 핵심요소만 남겨 소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와 현실은 핵심 요소로 축약되고 기호화되는 것이다. 이 현상은 마치 실제가 무수한 정보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표면적으로 기호화된 핵심 정보'만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키지만, 사실 기호화되기 이전의 수많은 요소들이 여전히 실제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번 논문에서 주로 다룰 나의 작업은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양의 정보들이 핵심화되고 있는 현상을 표현한다. 나의 연구와 작업은 가족사진의 배경을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에서 주인공이 되는 대상의 인물을 남겨두고 배경을 검은색으로 칠하여 오히려 주요 대상이 아닌 부분에 대해 더 생각하고 상상하게 하고자 했다. 평소에 가졌던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려는 나의, 또 사회의 경향성에 대한 불편감, 매우 두루뭉술하고 어렴풋한, 명확하지 않은 느낌을 사진을 통해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본 논문은 이 어렴풋한 느낌을 'Keywordism'이라는 용어로 개념화하여 내가 일상에서 감지한 동시대적 사례를 모아 분류하고 그 양상을 살펴보며 나의 문제의식을 구체화해보는 연구이다.
본 논문에서는 Keywordism의 개념 및 일상과 사회에서의 표출 양상에 대해 다루고 더 나아가 사회 속에서 내가 가져야 할 태도를 고찰한다. '대상의 전체에서 핵심만을 주요시하고 추구하는 경향'을 Keywordism이라고 지칭하고, 사례를 통하여 그 개념을 정리하였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모티콘, 기관에서 사용하는 양식(format)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세 줄 요약 현상, 미디어에서 사회를 설명할 때 선택하는 핵심어(keyword)들은 Keywordism을 점점 강화하여 우리를 점차 기계화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위 결론에 비추어 본인은 작업을 통해 기계적 사고가 일으키는 왜곡을 계속해서 가시화하고자 하였다. 위와 같은 연구를 통하여 본인의 문제의식에 대해 개인적인 수준의 고민에서 확장하여 동시대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대해 고찰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