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은 17세기 이전부터 유럽 음악에 사용되어 온 다른 관악기들과는 달리 18세기 말 혹은 19세기에 접어들 무렵에야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18세기 초 유럽 곳곳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클라리넷은 독일 만하임악파에 의해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혹은 교향곡에 수용된다. 본 논문은 근대 및 현대 교향곡에 관악기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 잡은 클라리넷이 만하임악파의 교향곡, 그 중에서도 요한 슈타미츠의 교향곡에 어떠한 음악적 의도로 담겨졌는지, 또 그 악기가 어떠한 음악적 결과물을 산출해냈는지를 분석적으로 살핀다. 분석적 고찰에 앞서 본 연구는 클라리넷의 전신인 악기 샬뤼모가 클라리넷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그리하여 샬뤼모를 개량해 만든 클라리넷이 더욱 넓은 음역을 포괄하고 한층 더 섬세한 음향을 생산해내게 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아울러 본 논문은 클라리넷을 오케스트라로, 교향곡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만하임악파의 전반적 역사와 함께 만하임악파를 세 세대로 나누어 각 세대의 음악적, 음악양식적 특징 및 어법을 탐구한다. 그리고 만하임악파의 선구자인 요한 슈타미츠의 생애, 음악, 특히 교향곡을 중심으로 그가 일군 음악적 성과들을 살핀다.
슈타미츠는 교향곡에 미뉴에트를 도입해 3악장에 위치시킨다. 그렇게 4악장 구조의 교향곡을 이루어낸다. 이는 이후의 만하임악파 작곡가들에 의해 계승되지는 않았지만 고전주의의 4악장 구조 교향곡이 '탄생'하는 순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슈타미츠는 또 관악기의 비중을 늘려 확대된 오케스트라 편성을 이루고, 첫 악장과 균등해진 커다란 음악적 비중의 피날레를 구성해 교향곡의 새로운 균형을 실현해낸다. 슈타미츠가 교향곡 장르를 통해 일군 여러 업적들 가운데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띠는 것은 단연코 클라리넷의 도입이다.
요한 슈타미츠의 두 교향곡, 즉 Op. 11의 제3번과 제1번 교향곡에 클라리넷이 처음으로 편성된다. 본 논문은 그 두 교향곡의 첫 악장을 구조, 구성, 짜임, 양식, 언어 등의 측면에서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로서 다음의 결론에 이른다. Op. 11, 제3번의 1악장은 구조적으로 단락들의 순환 혹은 반복의 특징을 띤다. 그 안에서 클라리넷은 홑리드를 사용하는 악기로서 민첩하게 진동하며 섬세한 선율적 표현을 구현해낸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폭넓은 음역과 자유로운 음량조절로써 만하임악파 특유의 감정양식 및 갈랑양식, 즉 '전고전주의'의 음악언어들을 훌륭하게 구현해내는 악기로 사용된다. Op. 11, 제1번의 1악장은 구조적으로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로 구성된 고전주의 소나타형식의 전사적 모습을 띠며, 여기에서 클라리넷은 오보에와 유니슨으로 주제적 선율(제2주제)을 이끌며 새로운 음향적 시도의 한 축을 이룬다. 무엇보다 선율성이 무뎌진 현악기들과의 음향적 괴리를 좁히는데 그 음색이 이용되며, 그렇게 전체적인 음향군들의 조화가 꾀해진다. 요한 슈타미츠 Op. 11의 두 교향곡에서 클라리넷은 결국 '현재'의 언어를 말하고 '미래'의 음악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