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의 경험은 독립적·단편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하나의 경험에는 주체에게 누적된 경험 및 비슷한 대상에 대한 기억, 전해 듣거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간접 경험, 오감을 통한 직접 경험, 경험 후의 회상 등의 다양한 층에 의해 해석된다. 특히 인공물 중 규모(scale)가 크고 복잡한 대상인 공간·장소의 경험은, 주체가 다양한 경로로 경험한 대상의 이미지들이 더욱 복합적으로 얽혀 해석된다.
본 연구의 목적은 공간·장소의 경험을 단발성 사건(event)이 아닌 총체적인(holistic) 맥락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특히 누적된 경험·기억이 새로운 공간·장소 경험에 주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본 논문의 핵심이며, 논의의 구체성을 위하여 상업공간의 방문 경험을 다양한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분석하였다.
본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이론적 고찰 단락에서는, 다양한 관련 이론들을 '대상에 대한 인간의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재정리하였다. 첫째, 주체의 과거 경험·기억이 새로 접한 자극을 해석·평가할 때 주는 영향을, 인지이론 및 멘탈모델(mental model: 상호작용하는 대상에 대하여 예상하는 사고 과정)이론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둘째, 대상의 해석과 경험의 기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미지(image)의 개념 및 디자인과의 접점을 문헌을 통하여 고찰하였다. 셋째, 공간·장소의 관련 이론들을 살펴보고, 미디어를 통해 공간·장소에 형성되는 이미지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미지와 공간·장소 경험의 관계 단락에서는,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공간·장소의 총체적이고 연속적인 공간·장소 방문자 경험의 프레임워크(framework)를 구성하고, 인터뷰, 사례 및 전문가 검증을 통한 실증적 연구내용을 제시하였다.
먼저 누적된 경험과 새로운 경험의 상호작용에 의한 '공간·장소 경험의 사이클'을 작성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공간에 관련된 디자이너 11인을 인터뷰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뷰 내용을 취합하여 Pre-Mental Model, Direct Experience, Post-Mental Model의 총체적 방문자 공간·장소 경험 프레임워크를 구성하고, 상업공간으로 범위를 좁혀 '상업공간 방문자 경험 프레임워크'에 대입한 사례(Textom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및 방문자 여정 지도(visitor journey map))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상기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연구모형을 작성하고, 상업공간 방문 경험에서 디자이너와 사용자가 정보를 구조화하는 방식 및 주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를 도출하기 위한 실증적 연구를 하였다.
실증적 연구의 대상(research object)은 방문 전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4 요인 및 22 하위 요소와 방문 시 공간의 물리적 환경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3 요인 및 14 하위 요소로 구성하였다. 연구 방법(research method)과 도구(research tool)는 카드소팅(Card Sorting) 및 전문가 합의를 수정한 방법(Modified Delphi Method)으로, 하위 요소들이 적힌 카드 및 필요 도구들이 포함된 과제 패키지를 제작하여 과제를 수행하게 하였다. 과제 참가자(participants)는 공간의 사전조사와 평가에 능통한 경력 6~20년의 공간디자인 및 투어·이벤트(사용자 입장) 분야의 전문가로, 그룹 내 같은 성격(homogeneous)의 참가자이므로 7인씩 총 14인을 모집하였다. 과제의 절차(task procedure)는 '카드소팅→주요소 도출→공간 경험 프로세스 모델링'으로 구성된 세 가지 과제를, 2회차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실증적 연구의 결과로 첫째, 제시된 요소에 대한 참가자들의 그룹별 정보 구조화를 클러스터 트리(xSort 프로그램을 활용)로 비교·분석하였다.
둘째, 참가자 합의를 통해 주요소를 도출하였다. 방문 전 기대 주요소는 대상 22요소 중 '방문지 업종에 대한 정보', '방문지 업종에 대한 관심', '주변 지역 정보', '정보의 정확성', '정보의 충분함', '정보원의 신뢰성'이었다. 방문 시 공간 만족도의 주요소는 대상 14요소 중 '건축 외관', '내부 스타일', '마감재 색상과 재질', '공간 배치', '조명환경', '냄새', '소음', '청결도'가 도출되었다. 양회차에서 전원 주요소로 동의한 항목은 방문 전 '정보의 정확성', 방문 시 '내부 스타일'이었다.
셋째, 참가자 합의(피드백→수렴→발송→피드백 재수렴·보완)를 거쳐 수정된 연구모형과 도출된 주요소가 포함된 '상업공간 방문자 경험모형'을 제시하였다.
넷째, 그룹 간의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방문 전 기대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디자이너 그룹은 주관적인 선호도와 관련된 요소에 비중을 둔 반면, 사용자그룹은 타인의 의견이 관련된 요소에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방문 시 물리적 환경의 만족도에서 사용자는 디자이너보다 사용성과 편의성에 민감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인간에게 대상의 경험은 복합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공간 경험도 직접경험하는 순간만이 아닌 누적된 경험에 의한 카테고리 멘탈모델, 탐색한 정보의 간접경험에 의한 사전 멘탈모델, 경험 전의 기대, 직접 경험, 경험 후의 회상 및 멘탈모델의 업데이트를 포함한 총체적 이해가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본 연구의 의미는 공간·장소 경험의 프레임워크를 구성하고, 방문 전 기대 및 방문 시 공간의 물리적 환경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소 및 사용자들의 정보 구조화를 도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와 멘탈모델 이론을 공간·장소의 경험에 접목하여 정리하고, 방문 경험을 총체적·연속적으로 연구한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양적 연구 부분의 한계가 있으나, 디자인 연구에 효과적인 질적 연구방법들을 활용한 연구 설계를 제시하였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디자인은 인간이 중심이 되는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인간과 대상의 상호작용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인 이미지와 멘탈모델에 관한 연구는, 디자인의 본질에 관한 연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의 종류와 양이 증가함에 따라, 공간의 간접 및 직접 경험을 연결해주는 공간의 멘탈모델 연구의 중요성은 점점 가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