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남원 산내면을 중심으로 하는 지리산 산내 공동체 사례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산내 공동체가 형성된 계기와 변화의 양상을 파악하여 지속가능한 지역밀착형 마을공동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지인 남원 산내면은 1990년대 후반 생태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지역체류형 실상사귀농전문학교를 계기로 생태귀농의 메카로 알려졌다. 현재 2천여명의 산내면 인구 중 500여명이 귀농귀촌인이며, 남원의 면 단위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낮고,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각종 소모임과 문화행사, 마을 울력, 마을카페와 공방, 협동조합 설립 등의 움직임이 활발한 지역이다.
본 연구는 산내 공동체를 '지리산'권이라는 범주를 구축해나가는 내부의 변화와 외부의 지리산살리기운동, 귀농 1세대와 2세대의 활동 양상을 분석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산내 공동체를 조명하고, 마을공동체 사례로써 함의와 시사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자료는 공동체의 내부 문서 및 기록정보, 취재록 및 단행본, 주요 정보 제공자로부터 수집한 구술자료, 연구자가 기록한 참여관찰 기록 등이다.
본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90년대 후반 남원 산내면 실상사에서는 근본 불교개혁 관점으로 사찰과 지역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사부대중공동체' 운동을 전개하였고, 이는 당시 환경운동 흐름 중 생태귀농운동과 만나 '인드라망 생태공동체' 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실상사귀농전문학교와 불교계 대안학교인 실상사 작은학교를 통해 많은 귀농인이 지역에 유입되어 마을 보육과 주거,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둘째, 2000년대 초반 지리산댐 반대운동은 남원 산내 지역을 중심으로 지리산권 5개 시군이 함께 환경, 생명평화 운동을 전개하는 사상적 연대의 계기가 되었다. 이는 지리산둘레길 구축을 통해 마을과 마을이 연계되는 물리적, 공간적 연대를 이루는 바탕이 되었으며 지리산으로 귀촌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었다.
셋째, 2000년대 후반부터 산내 지역에는 풀뿌리 활동가, 청년, 여성주의, 비거니즘 등 다양한 가치에 기반한 문화와 공동체 경제 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와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하여 지리산권과 지리산-전국 차원의 활동 연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산내 지역은 귀농귀촌 1세대가 실상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중심으로 다양한 마을 인프라를 구축하였고, 풀뿌리시민단체 지리산이 음의 주민자치활동은 귀농귀촌 2세대의 인적 토대로 작용하였으며 지역의 성과들을 전국 시민사회로 공유, 확산하고 있다. 따라서 산내 공동체는 사상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1세대에서 문화와 교육, 경제, 마을 복지 등의 생활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2세대로 빠르게 사회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1세대에서 더이상 확산되지 못하고 미완의 운동으로 남은 수많은 생태공동체 운동과 차별화된 양상이며, 50년 넘는 지속성을 가지며 농촌 지역에서 협동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원주와 홍성 지역과 같은 주요 사례지로서의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