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은 일곱 교회 성도들을 나라/왕과 제사장으로 동일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에게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왕 노릇하는 자들이며 성 삼위 하나님만 예배하는 자들임을 선언한다. 그러므로 참된 왕이신 하나님과 어린 양의 통치만 받아들이고 예배하라고 촉구한다. 이 논문의 목적은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나라/왕과 제사장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요한계시록이 내러티브 묵시문학이라는 장르로 기록되었다는 전제 아래서 내러티브 비평의 방법으로 요한계시록을 연구한다. 요한계시록은 교회 공동체가 왕-제사장이라는 주제를 사건, 배경, 등장인물로 구성된 여러 스토리를 전체 플롯으로 엮어내고 있다.
왕-제사장으로서 교회 공동체라는 주제는 요한계시록 전체 플롯의 중요한 맥락에 위치한다. 요한은 요한계시록을 여는 단락에서부터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과 사명이 왕-제사장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분규/갈등의 단락을 여는 단락에서 천상 궁전의 장면을 제시하면서 이십사 장로가 상징하는 교회 공동체가 이미 왕-제사장 노릇을 하고 있음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단락에서 천 년 동안 즉 예수의 초림부터 재림까지 하늘 보좌에 앉아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왕-제사장 노릇을 한다는 사실을 확증한다.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 곧 새 예루살렘에서 영원히 왕-제사장의 특권과 복을 누릴 것을 제시한다.
요한이 교회 공동체의 왕-제사장으로서 정체성과 사명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들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는 땅에서 거짓 왕과 제사장인 사탄의 삼위일체를 통해 그들을 왕-제사장으로 섬기도록 미혹과 핍박을 당하고 있다. 사탄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로마 황제가 통치권을 발휘하고 있고 거짓된 제사장들이 황제 숭배를 조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교회 공동체를 향해 요한은 참된 왕-제사장인 삼위일체 하나님이 진짜 왕이며 제사장임을 제시한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어린 양 예수를 통해 왕-제사장으로 재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선언한다. 어린 양 예수는 유월절 어린 양을 통해 이스라엘을 제사장 나라로 부르신 출애굽 사건을 연상시키며 아울러 첫 창조 때 우주적 성소와 에덴 성소에서 왕-제사장이었던 첫 아담을 반영한다. 어린 양 예수를 통해 이미 교회 공동체는 왕-제사장으로 재창조되었다 예수의 재림으로 완성될 것이며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영원토록 누릴 것이다.
이에 근거해서 요한은 그들에게 왕-제사장적 삶을 살도록 촉구한다. 왕적인 삶은 증인의 삶과 어린 양을 따라 순종하는 삶이고 제사장적 삶은 기도의 삶이고 특히 회중 예배와 삶의 예배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요한의 이 권면은 핍박당하는 교회 공동체로 하여금 왕적 존재로서 거짓된 왕 로마 황제의 통치를 거부하고 제사장적 존재로서 거짓 제사장의 로마 황제 숭배 회유를 거부하고 순교의 각오로 참된 제사장이신 하나님과 어린 양만을 예배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