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영상 장르별 자막의 유형이 학습자들의 인식 및 정의적 요소에 미치는 영향 요인들을 중점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자막 유형에 따른 학습 성과는 그간의 연구에서 꾸준히 입증되어 왔으나 자막에 대한 선호도, 불안감 등 학습자의 인식 및 정의적 요인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 더 나아가 자막 유형뿐 아니라 영상의 장르가 학습자의 정의적 요인에 미치는 영향 요인에 관한 연구 또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자막 학습에서 영상의 장르를 정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교육 윤리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본 연구에서는 서울 소재의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영어 학습자 45명을 세 가지 자막 유형(한글 자막, 무자막, 영어 자막)에 따라 세 집단으로 구분한 후 자막과 영상에 관한 인식 조사 및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다. 이후 수집된 자료를 ANOVA 분산분석을 활용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하였으며 산출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세 가지 자막 유형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과 선호도, 불안도 등의 정의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영화 혹은 대중강연 시청 시 내용 이해도와 집중도 자가 평가에서 가장 낮은 인식 점수를 보였던 무자막이 아이러니하게도 자막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 조사에서는 선호도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내용 이해도와 집중도, 불안감 측면에서 세 집단 간 차이는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둘째, 영상 장르별 자막 유형이 학습자의 인식 및 정의적 요인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한 결과, 내용 이해도 측면에서는 영화와 대중강연 모두 한글 자막으로 주어졌을 때 인지 점수가 높게 나왔다. 영화에서의 집중도는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반면, 대중강연에서의 집중도 측면에서는 자막 집단별로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났는데, 이 역시 한글 자막 집단이 무자막 집단보다 더 높은 인지 점수가 산출되었다. 반면 영화와 대중강연에서의 불안도 측면에서는 세 집단 간 모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본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다수 참여자들이 무자막 형태를 가장 선호했던 것으로 보아 자막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과 정의적 요인은 기존 연구에서 입증된 자막의 학습 효과와는 별개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교실 수업에서 영상 매체를 활용할 때 교사는 영상의 장르와 성격을 고려하여 자막을 알맞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어 학습을 위한 영상 시청 시 영화보다는 대중강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 L2 학습 목적으로 선정된 다수 교육용 매체에 대해 대다수 학습자들이 진부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에서 자막 유형 외에도 영상의 장르가 학습 성과에 미치는 중요한 변인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였다. 이는 교실 수업에서 영상 매체를 활용하기에 앞서 자막 유형 및 영상 장르에 관한 선호도를 고려하는 등 다양한 기회와 선택권을 학습자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제언을 통하여 영상 매체 활용 수업에 앞서 제2언어 학습자들에게 자막과 영상에 대한 선호도,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한다면 교육 윤리적 측면에서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두어 교사는 학습자들이 확장형 시청에 보다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