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모화(翎毛畵)는 새나 동물을 그린 것을 총칭하는 것으로 회화의 분야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화목이다. 한국의 회화사에 있어서 동물을 화재(畵材)로 사용한 작품들은 고분벽화와 공예품 등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가 있다. 조선 시대 이전의 영모화는 현전하는 작품이 적어 고려 시대가 되어서야 공예품과 불화, 공민왕의〈이양도(二洋圖)〉를 통해 영모화의 발전을 짐작 할 수 있다. 조선 시대의 영모화는 고려 시대의 화풍을 바탕으로 두고 명대의 화적들이 유입되면서 새로운 화풍들을 형성하였다.
이암(李巖, 1507-1566)은 세종의 아들인 임영대군의 증손으로 종실 출신의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영모 화가이다. 이암은 고려 시대부터 전해져온 원체화풍(院體畵風)을 수용하면서도 독자적인 화풍을 발전시켰다. 이암의 작품은 대부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는 동물을 화재로 선택하여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하였으며 이러한 화풍은 〈모견도(母犬圖)〉,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가응도(架鷹圖)〉에 잘 나타나 있다. 이암의 작품에서 보이는 양식적 특징으로는 몰골화법(沒骨畵法)이 있으며 견도(犬圖)에서는 단선점준(短線點皴)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암의 화풍은 조선 후기의 화가인 변상벽(卞相璧)과 김식(金埴), 정홍래(鄭弘來)까지 영향을 주었으며 일본에 전해지기도 하였다.
이암의 작품 중에서도〈가응도〉는 장식을 목적으로 하는 회화였을 뿐만 아니라 구도적으로 초상화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의 수묵 위주의 매 그림과는 다르게 세선(細線)을 사용하고 채색을 입혀 화재를 표현하였다. 보스턴 미술관 소장의 〈가응도〉는 처음 공개 당시 서택(徐澤)의 작품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민예관 소장의 〈가응도〉에서는 이암이 일본 화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후 보스턴 미술관 소장의 〈가응도〉가 이암의 작품임이 알려지면서 〈가응도〉가 현전하는 회화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조선 초기 회화의 명성을 높여준 작품이 되었다.
현재 보스턴 미술관 소장의 〈가응도〉는 필치(筆致)가 회화적으로 매우 우수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실견할 수 있는 기회가 없고, 연구 또한 부족한 실태이다. 또한 이암의 다른 매 그림들 역시 국외에 소장되어있는 등 현재로는 국내에서 공개 및 전시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이암의 현전하는 영모화 중에서도 보스턴 미술관 소장 〈가응도〉를 중심으로 가응도의 상징성과 특징을 분석하여 고색복원모사로 제작했다. 섬세한 필선이 특징인 〈가응도〉의 표현기법과 형태를 연구하고 〈가응도〉의 대체품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여 이암의 매 그림이 가지는 작품성을 알리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