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청소년의 정서인식능력과 학교생활적응, 긍정적 정신건강, 그리고 긍정정서반응의 일반적인 경향성과 상관관계를 확인하고, 긍정정서반응이 정서인식능력과 학교생활적응 및 긍정적 정신건강의 관계에서 매개효과를 나타내는지를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서인식능력, 학교생활적응, 긍정적 정신건강, 긍정정서반응의 일반적인 경향과 주요 변인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청소년의 정서인식능력과 학교생활적응 및 긍정적 정신건강 간 관계에서 긍정정서반응의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
연구 대상은 수도권 소재의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523명(남학생 299명, 여학생 224명)이었다. 정서인식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서 Rieffe 등(2008)이 개발한 정서인식척도(Emotion Awareness Questionnaire for Children: EAQ-30)를 김희정, 송현주(2016)가 타당화한 한국판 아동·청소년 정서인식척도(K-EAQ)와, Mayer와 Gaschke(1988)가 연구한 것을 참고하여 Salovey 등(1995)이 제작하고 이를 이수정과 이훈구(1997)가 번안한 특질 상위 기분 척도(TMMS)를 사용하였다. 학교생활적응의 측정에는 임정순(1993)의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에 관한 검사지'와 전호택(1993)의 '학교생활 검사지'를 참고로 하여 중·고등학생들에 맞게 수정·보완한 유윤희(1994)의 학교생활적응척도를 사용하였다. 긍정적 정신건강의 측정에는 Keyes(2005, 2006, 2007)가 개발한 정신적 웰빙 척도와 임영진 등(2010)이 개발한 정신건강척도를 바탕으로 하여 김진영 등(2020)이 제작한 한국판 청소년용 긍정적 정신건강 척도를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긍정정서반응의 측정에는 Feldman 등(2008)이 개발하고, 김빛나와 권석만(2014)이 번안한 한국판 긍정정서반응 척도(K-RPA)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의 정서인식능력의 평균 점수는 '정서에 주의를 기울이기'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서를 신체로 인식하기'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학교생활적응의 평균 점수는 교우관계, 교사관계, 학교규칙, 학교수업의 순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정신건강의 정신적 웰빙은 정서적 웰빙의 평균이 심리·사회적 웰빙의 평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심리적 부적응은 심리적 불편감의 평균이 행동 통제 문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긍정정서반응의 긍정반추의 평균이 가라앉히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청소년의 정서인식능력, 학교생활적응, 긍정적 정신건강, 긍정정서반응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정서인식능력은 학교생활적응, 긍정적 정신건강, 긍정정서반응과 모두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셋째, 청소년의 정서인식능력과 학교생활적응 간 관계에서 긍정정서반응의 매개효과를 살펴본 결과, 긍정반추는 부분 매개 효과를 나타냈고 가라앉히기는 두 변인 간 관계를 매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청소년의 정서인식능력과 긍정적 정신건강 간 관계에서 긍정정서반응의 매개효과를 살펴본 결과, 긍정반추는 긍정적 정신건강의 하위요인인 정신적 웰빙 및 심리적 부적응과 정서인식능력 간 관계에서 매개효과를 나타냈다. 가라앉히기는 심리적 부적응과 정서인식능력 간 관계에서는 부분 매개를 나타냈지만, 정신적 웰빙과 정서인식능력 간 관계는 매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선행연구에서 부정정서 조절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 달리(백지현, 2013; Gross et al., 2006), 긍정정서 조절전략인 긍정정서반응에 대해 살펴보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Fredrickson(2001)의 긍정정서의 확장 및 구축 이론에 따르면, 긍정정서를 조절하는 것은 부정정서를 조절하는 것만큼이나 삶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긍정정서를 조절하는 것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확장하고 인내심과 창의력이 발휘되는 것을 도우며 적응과정에서 낯선 경험이나 새로운 환경에서도 활발한 정신작용을 할 수 있게 하여 유대감, 애정 등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긍정정서를 강화시키는 긍정반추는 정신적 웰빙, 학교생활적응과 정적 상관을 나타냈고, 긍정 정서를 감소시키는 가라앉히기는 심리적 부적응과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긍정정서반응의 개입을 통해 청소년의 학교생활적응과 정신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급격한 신체적·심리적·정신적 변화를 경험하는 청소년기는 다른 시기에 비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므로 정서 처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이며 특히 정서 처리에서 가장 선행되는 정서인식능력은 그 이후의 단계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하므로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정서 처리와 관련한 많은 선행연구는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박지선, 2014),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정서처리과정 중 가장 선행되는 정서인식능력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살펴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사용한 정서인식능력 척도의 유용성을 확인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정서와 관련된 많은 척도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척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아동·청소년 정서인식척도(K-EAQ)와 정서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특질상위기분척도(TMMS)와의 상관관계를 통해 아동·청소년 정서인식척도 사용의 타당성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