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청소년의 긍정적 정신건강과 공감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가장 적응적인 형태의 공감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자기보고식 검사의 한계를 보완하고, 통합적인 공감을 측정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긍정적 정신건강과 공감 간 관계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 정신건강 유형에 따른 공감의 차이, 긍정·부정 공감 수준에 따라 구분한 공감 유형 간 긍정적 정신건강의 차이를 탐색하였다. 또한 공감 측정 방식으로서 정서 시나리오 과제와 감성분석을 활용하였다. 그리고 이 방식이 기존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정의하는 공감을 적절히 측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고자 기존 공감 척도 변인과의 관계를 확인하였다.
연구 대상은 서울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299명(남학생 125명, 여학생 174명)이었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도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긍정적 정신건강을 측정하기 위하여 한국판 성인용 긍정적 정신건강 척도(임영진 등, 2010)를 청소년에게 맞도록 김진영 등(2020)이 타당화한 한국판 청소년용 긍정적 정신건강 척도를 사용하였다. 둘째, 공감을 측정하기 위해서 홍예영, 김유숙(2015)이 개발 및 타당화한 청소년 공감척도를 사용하였다. 셋째, 공감을 측정하기 위해서 Davis(1980)가 개발하고 박성희(2004)가 번안한 것을 조효진(2006)이 수정하여 사용한 대인관계 반응지수(Interpersonal Reactivity Index: IRI)를 사용하였다. 넷째,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정서적 공감과 의사소통적 공감을 측정하기 위하여 정서 시나리오를 개발하여 사용하였다. 참여자가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정서의 강도를 1-7점 Likert 척도로 평정하도록 하였다. 또한 의사소통적 공감을 측정하기 위해 시나리오 속 인물에게 전달하고 싶은 표현들을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도록 개방형 문항을 활용하였다. 개방형 문항을 통해 수집한 응답 자료에 대하여 KNU 한국어 감성사전(온병원 등, 2018)을 활용한 감성 분석을 실시하여 의사소통적 공감 값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의 긍정·부정 정서 시나리오 과제로 측정한 공감 변인과 기존 공감 척도의 변인 간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긍정 정서적 공감과 긍정 의사소통적 공감은 개인적 고통 이외의 모든 기존 공감 척도 변인과 정적 상관으로 나타났다. 부정 정서적 공감은 모든 변인과 정적 상관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정 의사소통적 공감은 오직 청소년 공감 척도의 정서적 요인, IRI의 관점 취하기, 개인적 고통 간에서만 유의한 정적 상관이 나타났다.
둘째, 청소년의 긍정적 정신건강 변인과 공감 변인 간 상관관계와 청소년의 긍정적 정신건강 유형에 따른 공감의 차이 결과를 함께 살펴보고 공통적인 요소끼리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청소년 공감 척도의 인지적 요인은 정신적 웰빙과 정적 상관, 심리적 부적응과 부적 상관을 보였으며, 번영 집단이 부적응 집단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IRI의 인지적 공감 중 관점 취하기는 정신적 웰빙과 정적 상관을 보였다. 다음으로, 청소년 공감 척도의 정서적 요인은 긍정적 정신건강과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긍정 정서적 공감은 정신적 웰빙과 정적 상관, 심리적 부적응과 부적 상관이 나타났으며, 부정 정서적 공감은 심리적 부적응과 부적 상관이 나타났다. 또, 청소년 공감 척도의 표현적 요인은 정신적 웰빙과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 번영 집단이 부적응 집단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IRI의 공감적 관심은 정신적 웰빙과 정적 상관을 보였다. 반면, IRI의 상상하기는 심리적 부적응과 정적 상관을 보였으나 동시에 번영 집단이 쇠약 집단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번영 집단이 상상하기가 가장 높게 보고되었으나, 분투, 부적응 집단이 쇠약 집단보다 상상 하기가 높았다. IRI의 개인적 고통은 정신적 웰빙과 부적 상관, 심리적 부적응과 정적 상관을 보였다. 또한, 부적응 집단이 번영 집단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셋째, 긍정·부정 정서적 공감 수준에 따라 공감 유형을 구분하고 유형 간 긍정적 정신건강 변인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공감 상위 집단이 부정 공감 중심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정신적 웰빙을 나타냈다. 또한 공감 상위 집단이 공감 하위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심리적 부적응을 보였다.
넷째, 긍정적 정신건강 유형과 긍정·부정 공감 수준에 따른 공감 유형의 성차를 확인하였다. 긍정적 정신건강 유형에 있어 유의한 성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공감 상위 집단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공감 상위 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학생보다 여학생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에서 공감 하위 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정서적, 의사소통적 공감을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하며 다양한 정의의 공감을 포괄할 수 있는 측정 방식을 사용하고자 긍정·부정 정서 시나리오 과제와 감성분석을 시도하였다. 또한, 이 방법으로 측정한 공감 변인이 홍예영, 김유숙(2015)의 청소년 공감 척도, Davis(1980)의 대인관계 반응지수(IRI)와 같은 기존 공감 척도 변인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인 결과를 통해 타당한 방법임을 확인하였다.
둘째, 본 연구는 긍정적 정신건강에 있어 "긍정·부정 상황에 있는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고, 공유된 정서를 느끼면서, 타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염려를 바탕으로 도움을 주려는 행동, 태도를 보이되 상대방의 감정, 부정적인 상황에 과도하게 몰입하고 통제가 안 될 만큼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적응적인 형태의 공감임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공감 향상 프로그램에서 가장 적응적인 형태의 공감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긍정적 정신건강도 함께 증진시킬 수 있는 개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정서 시나리오 과제를 활용함으로써 긍정 공감을 부정 공감과 함께 살펴보았다. 어느 한쪽만 높은 것이 아닌 긍정, 부정 공감이 모두 높은 것이 긍정적 정신건강에 있어 중요하다는 본 연구의 결과에 따라 개입 프로그램에서 부정 공감뿐만이 아니라, 긍정 공감에 균형적으로 주목하는 것이 치료적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