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틈을 통한 경계의 확장〉에 관한 것이다. 이 연구는 연구자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겪게 된 관계 양상의 변화를 통해 스스로의 경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경계는 무엇과 무엇을 구분 짓는 영역이면서 공존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가 맞닿은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계에 틈이 생기면 그 틈을 통해 안과 밖을 넘나들 수 있게 된다.
틈은 그 너머로 뻗어나가는 무한한 공간을 상상하게 한다. 본 연구자는 닫혀있는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안팎을 자유로이 유영하며 관계를 일으키는 공간을 〈틈〉에 대입해 표현하고자 한다. 틈은 경계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시키는 뛰어난 중재자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현대사회에서 틈이 가지는 관계성에 대해 고찰하고, 연구자에게 틈이 어떤 의미인지 짚어본 후, 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연구자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의미로서의 틈을 조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틈의 표현 형식을 분류하고, 물질과의 결합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틈의 관계성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연구 과정을 통해 틈과 관계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이를 조형화 함으로써 틈이 지니는 심미적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는 이론적 고찰, 사례연구, 작품 설명으로 구성하였다. 이론적 고찰에서는 틈의 다양한 의미를 훑어보았다. 틈은 공간, 시간, 관계의 의미를 넘나들며 통용되고 있다. 틈은 여기와 저기의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와 같이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의미가 정해진다. 그러므로 관계성은 틈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틈이 가지는 관계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현대사회에서 틈과 관계의 변화 양상을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성 이론을 통해 살펴보고, 니콜라 부리요의 관계미학을 통해 조형예술에서의 틈과 관계에 대해 더 깊이 고찰하였다. 조형예술에서 나타나는 틈의 조형적 표현을 슬릿, 크랙, 홀, 갭으로 분류하여 틈 표현의 기초로 삼고자 하였다. 틈의 조형적 표현에 따른 사례연구를 통해 미술에서 틈의 표현과 의미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들의 작품에서 틈은 기존 공간개념의 전복, 시간과 재료의 관계, 흐름을 일으키는 유동적 공간, 서로를 의식하게 하는 사이 공간으로 표현되었다. 이를 토대로 연구자는 틈이 가지는 모호한 속성을 단일한 표현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다양한 형식으로 나누어 표현하는 방식으로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였다.
연구는 다양한 물질의 실험으로 얻어진 도자와 물질 결합에 따른 관계성 표현에 집중되었다. 연구는 결합 물질인 빛, 유약, 유리, 공간으로 구분해 진행하였다. 작업은 구의 형태에 슬릿을 내고 빛을 결합한 〈틈과 빛〉, 낮은 정육면체에 크랙을 발생시키고 유약으로 결합한 〈틈과 유약〉, 원기둥 형태에 구멍을 만든 후 유리와 결합한 〈틈과 유리〉, 원기둥 형태와 공간을 결합한 〈틈과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각 연구는 아이디어 구상, 틈과 물질, 제작, 설치의 순서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처음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작품을 이루는 요소인 형태, 틈의 표현, 물질에 대해 정리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틈은 대상의 사이에서 그 관계에 따라 의미가 정해지는 유동적인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 틈은 정적인 작품에 흐름을 만들어내며,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틈의 관계성에 대해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틈이 가지는 관계성을 조형화하고자 하였다. 관계성의 표현을 위해 점토와 물질의 결합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도자와 물질이 가지는 표현의 확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재료의 관계와 표현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물질의 표현을 더 넓혀나가는데 활용되기를 바란다. 이 연구가 기존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물질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물질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