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청소년이 위험 성행동으로 인해 건강 위해가 발생하는 경우 조차 원활한 치료와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더욱이 청소년 위험 성행동에 대한 윤리적 비난과 낙인은 여성청소년에게 더 통제적이고 억압적이라는 데 문제의식이 있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청소년의 성행동을 문제행동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건강위험행동으로서의 위험 성행동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청소년의 위험 성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생태체계 요인들, 청소년의 위험 성행동, 건강결과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고, 위험 성행동이 건강결과에 미치는 영향에서 젠더규범의 역할을 규명하고자 했다. 이를 기반으로 젠더 간 차이를 고려해 적절한 사회적 지원, 치료 등과 연계될 수 있는 개입지점을 정책 개선안으로 도출해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혼합연구방법을 진행했다. 양적연구는 제 12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2016년) 자료를 이용했다. 복합표본분석을 적용하여 다중 로지스틱회귀분석, 구조방정식 경로분석, 다중집단분석을 실시했다. 질적연구는 20세부터 24세까지의 후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성주의와 사회구성주의 접근에 따른 심층면담을 실시했다.
이 연구의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태체계요인이 위험 성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중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살펴본 결과, 개인수준에서는 성별, 용돈, 신체활동, 음주, 약물복용경험, 학업성적, 아르바이트 경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친구수준에서는 건강위험행동(흡연)을 하는 친구 유무가, 가정수준에서는 가정경제수준이, 학교수준에서는 학교유형이, 지역수준에서는 지역규모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둘째, 위험 성행동과 건강결과 간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생태체계요인에 해당하는 요인들을 통제하고 구조방정식 경로분석을 시행한 결과, 위험 성행동과 주관적 건강상태와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반면, 다른 건강결과와의 관계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셋째, 위험 성행동과 건강결과에 미치는 영향에서 성별 간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중집단분석을 실시했다. 모형적합도를 확인한 결과 위험성행동과 건강결과에 미치는 영향에서 성별 간의 차이가 있는 모형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청소년의 삶에 체화되어 있는 젠더규범이 위험 성행동 수행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성차별적 젠더규범은 여성청소년의 성지식 등의 정보를 취약하게 만들었고, 성관계에서 주도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거부를 거절당함으로써 '위험 성행동'을 수행하게 하는 등, 여성청소년의 위험 성행동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남성청소년에게 역시 성차별적 젠더규범은 성불평등한 성교육으로 이어졌고,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정보습득을 하게 만들었다. 이는 의도하지 않게 콘돔 미사용으로 연결되어 위험 성행동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섯째, 청소년의 삶에 체화되어 있는 젠더규범이 위험 성행동과 건강 결과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한 결과, 성차별적 젠더규범은 여성 청소년이 원하지 않는 위험 성행동을 수행하게 만들거나, 성병에 감염되거나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 때 적절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막는 장벽을 만들고 있었다. 또한, 안전한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막을 뿐 아니라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낮아 여성청소년 혼자 오롯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 위해를 감당하게 만들었다. 또한, 성차별적 젠더규범은 에이즈와 같은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낙인찍는 내용의 학교 성교육과, 부정확하고 불균질한 정보가 난무하는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한 정보 접근은, 성매개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성매개감염병(성병)에 대한 낙인과 무지는 성매개감염병에 대한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또한 몸에 대한 성적대상화와 문란하다는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감은 산부인과에 대한 문턱마저 높여, 사소한 질염 치료도 병원을 찾지 않고 참는 경우마저 있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위험 성행동 그 자체보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청소년에게 내재화되어 있는 젠더규범으로 인한 죄책감과 그로 인한 건강결과가 더 해로울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한 이론적, 방법론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의 위험 성행동을 기존 대부분의 국내 선행연구와 달리 일탈이나 비행이 아니라 건강위험행동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둘째, 건강위험행동의 하위항목이 아닌, 위험 성행동을 독립적으로 확인했다.
셋째, 개인 수준을 넘어서 사회문화적 규범, 젠더규범이 청소년의 위험 성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건강결과 와의 관계까지를 통합적으로 살펴보았다.
넷째, 청소년의 위험 성행동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혼합연구방법을 활용했다.
이 연구를 통한 정책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성차별적 젠더규범을 재생산하고 있는 학교 성교육이, 유네스코에서 권고한 포괄적 교육방식으로, 성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학교 성교육의 변화가 선행되더라도 사회제도적으로 학생이 아닌 청소년에게도 객관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추가로 필요하다.
셋째, 여성청소년에게 폭력손상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넷째, 임신중지를 원하는 청소년에게 안전한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다섯째,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서, 제공해야 하며, 사람들의 시선 걱정이나 비용 걱정 없이 안전하게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형태를 모색해야 한다.
여섯째, 청소년들이 상담을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의료인 등이 여성주의 상담이 가능하도록, 그들에게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이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료의 한계로, 가용한 변수들로 통합적 생태학적 모형을 재현하다 보니, 이론적으로 정합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추후, 자료의 가용성의 한계를 극복한 분석을 통해 이론적 정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양적자료의 한계로 성별 차이만 반영이 되고, 다양한 젠더를 반영하지 못했다. 추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젠더를 반영해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정책적 개입 지점의 도출이 필요하다.
셋째, 양적자료의 한계로 양적 연구에서는 탈학교, 탈가정 청소년을 포함하지 못했다. 추후 연구에서는 탈학교, 탈가정 청소년을 아우르는 개입지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청소년의 성행동 뿐 아니라 위험 성행동 역시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이지만, 청소년의 위험 성행동이 건강결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본 연구 결과가, 자칫 낙인을 강화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다섯째, 청소년의 위험 성행동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잘 설명하기 위해 혼합연구방법을 활용했으나, 각 연구 방법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지 못한 한계가 있다.
여섯째, 한국 사회 청소년의 젠더규범은 나이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드러난다. 반면, 이 연구에서는 나이주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한 한계가 있다. 추후 연구에서는 젠더규범과 나이주의가 결합하여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강조해서 드러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국가 단위의 청소년 성행태와 건강결과를 알 수 있는 조사는 청소년건강행태조사가 유일하다. 따라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몇 가지 문항이 추가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 성평등인식과 성체성을 묻는 문항이 추가될 필요가 있으며, 청소년의 건강에 미치는 사회적 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문항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