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아는 것이 힘이었다. 문치주의 조선사회에서 '책(冊)'은 입신양명(立身揚名)의 필수 조건이자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조선의 선비들은 책과 글을 통해 자신을 닦아 나라에 이바지 하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겼다. 즉, '책'으로 통하는 길은 '공명(功名)'으로 이어지는 통로였을 것이다. 조선후기,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중인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대청(對淸)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역관(譯官)들은 새로운 경향을 조선에 전달하였고 화원(畵員)들은 서양에서 유입된 신문물과 기법 등으로 새로운 탐구심을 부추겼다. 그와 함께 내제된 열망을 표출하는 방식이 사치풍조현상으로 나타났다. 문방청완(文房淸玩)과 고동기古銅器 등 사치품을 수집하는 문화가 바로 그것인데 조선시대 유교 관념 중 '완물상지(玩物喪志)'의 개념에 반하는 새로운 경향이었다. 궁중장식화로 정조에 의해 제작된 서가(書架) 속 책 중심의 책가도 이전에 이미 영조 대에 청의 수입사치품 시장인 유리창(流璃廠)을 통해서 청의 서가도(書架圖)가 유입되어 그 영향을 받았다. 청의 영향과 조선시대의 학문숭상이 결합되어 책으로 '입신(立身)'을, 사치품으로 '부귀(富貴)'를 표현하는 조선만의 책거리 양식이 탄생하였다. 이런 가치관과 사회 변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그림인 만큼 회화사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고는 조선후기 유행했던 책가도의 일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조선후기 화원화가 이형록(李亨綠)의 〈책가도 10폭 병풍〉의 고색복원모사를 통해 표현기법의 특성을 연구한 것이다.
책가도에 대한 유래, 어원, 분류 및 변화 양상과 같은 이론적 특성 들은 현재까지 활발히 연구 되어왔다. 이에 반해 책가도의 안료적 특성에 따른 제작 기법과 회화적 특성연구는 미미한 상태이다. 책가도는 조선후기 청으로부터 유입된 투시도법과 음영법을 적용하여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표현기법을 내제하고 있는 만큼 모사연구를 통해 기법의 변화양상을 분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모사는 회화문화재의 복원과 보존을 위해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며 긴 역사를 가진 방법이다. 본 고에서는 당시의 책가도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살펴보고 자료수집 및 실견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사전 자료수집의 내용을 토대로 모사재현 하는 과정을 기록하였다. 회화문화재의 중요한 형태인 책가도의 보존과 전승에 본고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