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법 변화로 인한 주 52시간 근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등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조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의 확산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에서도 팬데믹 확산방지를 위해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 제도를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두번째로 긴 노동시간과 하위권의 노동생산성 문제를 안고 있어 이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인데, 유연근무 제도의 도입이 해결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유연근무 제도를 도임함으로써 조직구성원들이 일괄적으로 투입하는 절대적인 업무시간에 얽매이기 보다는 상황에 맞는 유연한 업무 참여를 통한 직무만족, 나아가 직무몰입 및 자발적인 조직시민행동, 지식기여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유연근무제 운영 및 정착을 위해서는 도입 이전부터 조직 및 이를 둘러싼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업계의 많은 관심에 비해 이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조직 가운데에서도 R&D 조직에 특화된 연구는 전무한 상황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에 대한 R&D 조직구성원의 공정성 지각이 직무만족 및 조직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이론적뿐만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유연근무제 및 공정성 지각 관련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유연근무 제도에 대한 R&D 조직구성원의 공정성지각이 직무만족 및 조직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해 보고자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공정성(분배공정성, 절차공정성, 상호작용공정성) 지각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고, 나아가 직무 만족이 다양한 유형의 조직유효성(직무몰입, 조직시민행동, 지식공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영향 관계(공정성 지각 → 직무만족 → 조직 유효성)가 R&D 조직의 직무유형 (연구개발직, 사무관리직)에 따라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도 검증해 보고자 한다.
실증분석을 위해 유연근무제(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해서 운영 중인 국내 L기업 R&D 조직구성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최종분석에는 총 240부의 설문결과(연구개발직 190부, 사무관리직 50부)를 이용하였다. IBM SPSS Statistics 25와 SmartPLS 2.0을 사용하여 수집된 자료의 신뢰도 및 타당성과 기술적 통계분석, 그리고 가설검증을 실시하였다. 가설검증 결과, R&D 조직구성원의 유연근무제 도입에 대한 분배공정성이 확립될수록 직무만족에 정(+)의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반면, 절차공정성 및 상호작용공정성 지각은 직무만족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무만족은 직무몰입, 조직시민행동, 지식공유 등의 조직유효성에 모두 정(+)의 유의한 영향력을 가짐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직무유형(연구개발직 vs. 사무관리직)의 조절효과 분석 결과, 유연근무제에 대한 분배공정성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력은 사무관리직 그룹보다 연구개발직 그룹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본 연구는 R&D 조직 맥락에서 최초로 유연근무제 도입에 대한 공정성 지각과 그에 따른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한 연구라는 점과, R&D 조직 내직 무유형(연구개발직 및 사무관리직)의 조절효과를 추가로 검증함으로써 직무유형별 좀 더 구체적인 영향관계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이론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R&D 조직이 어떠한 유형의 공정성 지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직무만족 및 조직유효성 제고의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R&D 직무유형별 유연근무제에 대한 공정성 지각 제고를 위한 구체적 전략 마련의 지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