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한국의 고서 『어우야담 於于野譚』속 설화에 등장하는 괴물과 요물들에 관한 기록을 연구자가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시각화한 작품 논문이다. 연구자는 우리 설화 속의 괴물과 요물, 즉 인간이 아닌 괴이한 존재들을 '이물(異物)'이라 칭하고 그 형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제시하고자 하였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쯤으로 치부되기에 십상이었던 '이물' 설화는 오늘날 게임이나 만화, 영화 등 대중 문화산업의 주요한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불가살이'나 '구미호' 같은 몇몇 '이물'들은 그 자체로서 대중문화의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실재하지 않는 존재가 지닌 무한한 형상적 가능성과 거기에 투영된 인간 심리와 욕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재하지 않는 것의 형상은 어떻게 구체화하는가? 바로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행위, 즉 '상상'을 통해 구체화한다. '이물'의 이미지는 '심상' 또는 '상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물'을 그리는 것은 '심상'과 '상상'을 그리는 것이다.
그런데 심상 또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상상하는 사람이 이미 알고있는 실재하는 여러 형상으로부터 변형과 조합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거기에 상상하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더해진다. 문학작품은 그것을 언어로써 표현하고 있다. 연구자는 바로 그 언어로 표현된 '이물'의 이미지를 그림으로써 시각화하여 구체적 형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연구자는 먼저 중국의 고전『산해경 山海經』과 최근에 간행된 『한국 괴물 백과』 등의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 자료들은 대부분 이물의 형상을 그 존재 자체만을 도감 식으로 제시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사물은 그것이 존재하거나 활동하는 조건과 상황 속에서 완전한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설화 속에서 언어로 묘사된 '이물'의 특징뿐만 아니라, 그것이 등장하는 장소와 상황, 분위기 등을 두루 살피고, 서술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상상력을 더해 하나의 총체적인 이미지를 만들고자 시도하였다.
기록으로 남아있어 제작연도와 제작자가 분명하며 그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한국의 다양한 설화집 중, 이물에 관한 묘사가 비교적 자세하고, 연구자 주관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어우야담』을 텍스트로 삼았다. 『어우야담』 속 '이물'이 등장하는 50여 가지의 이야기 중, 그 외형에 관한 묘사가 있거나 시각화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15가지를 선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이 연구를 아직 시각화 하지 않은 한국의 여러 고서 안의 이물들을 그리는 작업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