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피타고라스 수비학이 타로의 이미지와 상징에 끼친 영향을 탐색하고자 시작되었다. 먼저 수비학에 나타나 있는 숫자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알아보고, 수비학의 상징과 특징이 타로의 이미지 상징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알아본다. 이 과정을 통해 타로의 철학적 발전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수비학은 숫자의 상징적 의미로부터 파생된 지식의 한 분야이다. 피타고라스는 세상의 모든 것의 시작은 수라고 하였으며 물질세계의 모든 것은 숫자로 환원될 수 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수의 상징 의미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수비학은 세계를 탐구하는 인류의 경험에서 비롯되었고 모든 문화의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녹아있는데, 수비학의 오컬트적이고 신비주의적 파생 형태의 한 가지는 개인의 생년월일을 사용하는 '인생여정수(Life Path Number)'같은 것이다. 이는 생년+생월+생일을 더하고 그 숫자를 적절히 줄여서 수비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한편, 타로(Tarot) 특히 현대에 가장 널리 유용되는 웨이트 타로는 회화적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고, 이미지와 함께 직관을 통해 내면의 무의식을 읽어 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타로를 이용해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문제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선택된 다수의 카드에서 몇장의 카드로만 상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객관적 논리보다는 신비주의라는 선입관이 생기기 마련이다. 타로 중 메이저 카드에는 0번부터 21번까지의 숫자가 새겨져 있고, 마이너 카드에는 4종류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1번부터 10번까지의 숫자가 각각 새겨져 있기에 자연스럽게 수비학과 타로의 결합을 가져왔다. 최초의 타로 제작자 혹은 제작 그룹이 의도적으로 수비학을 끌어와 연결하고자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타로에는 숫자 대응이 있었고 숫자 상징의 모든 수비학적 요소는 자연스럽게 타로의 숫자에 녹아날 수밖에 없었다.
이 논문에서는 우선 수비학의 기원과 이론적 배경을 검토했으며, 수비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수의 상징적 의미를 검토하고 정리해보았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비학의 핵심 수 계산법을 소개하였다. 숫자 1은 시작과 탄생, 2는 독립과 결합, 3은 기초와 안정, 4는 질서와 통제, 5는 변화와 진보, 6은 통합과 재편, 7은 조화와 균형, 8은 확장과 영속, 9는 한계와 종말을 상징한다. 주요한 수비학의 핵심 수 계산법에는 앞서 언급한 생년월일을 합산하여 계산하는 인생여정수, 출생 성명의 모든 철자를 합산하는 운명수, 성명의 모음만을 합산하는 영혼수, 성명의 자음만을 합산하는 성격수, 운명수와 인생여정수를 합치는 완성수 등이 있고, 타로와 관련해서는 이외에도 음력 생년월일을 합산하여 계산하는 해결수와 상담하는 시기의 해당년 혹은 해당월까지 합치는 올해수, 월운수 등의 수비학 계산법들이 있다.
이어서 타로의 기원과 수비학의 대응관계를 검토해 보았는데, 타로의 메이저 카드 상징을 정리한 후, 수비학의 숫자 대응 관계를 배합하면 자연스럽게 유사한 의미와 상징이 연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숫자 1과 대응하는 메이저 타로카드인 1번 마법사는 창조와 시작, 탄생을 의미하고, 10번 운명의 수레바퀴는 새로운 시작과 탄생을 의미하고, 19번 태양 또한 시작과 탄생을 의미한다. 수비학의 숫자 1의 상징이 시작과 탄생이라는 점을 참작하면 타로와 수비학의 연결점을 확연히 드러낸다. 또한, 마이너카드에도 4원소를 의미하는 4가지 구분과 더불어 종류별로 1부터 10까지의 수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수비학의 한 분야인 신성 기하학의 문양과 모양에 대응하여 배합하면 이 또한 자연스러운 연결점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로의 상징체계에는 서양의 신비주의 사상과 수비학 이론이 함께 내포되어 철학적이고 함축적인 상징이 이미지로 구체화 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타로의 이미지 활용과 더불어 수비학을 통한 타로의 이론적 근거를 고찰하고 축적해 보았다. 앞으로 타로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인간 삶의 운명과 무의식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철학적 사고의 수단으로서 발전할 것을 기대하며, 이 연구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타로 연구에 작은 발판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