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안정과 행복을 누리길 원하지만, 자원은 한정적이고 현실은 각박하기에 우리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핍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현실과 다른 나만의 환상적인 가상 세계를 꿈꾸고, 정신적·물질적 결핍을 느끼지 않는 이상세계를 만들어 그 곳에서 욕망을 표출함으로써 편안함과 안정을 얻기를 바랐다. 작품제작을 통해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벗어나 갈증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을까?'라는 사유가 이번 작품의 연구배경이 되었다.
나의 작품은 거대한 시계로 쌓은 기념탑, 달콤한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디저트 타워, 원하는 물건이 열매로 자라는 나무가 있는 동화적 판타지가 펼쳐지는 다양한 상상의 세계이다. 특징적인 것은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현실 속 실제 상품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인공낙원(人工樂園)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명화 속에 등장하는 목가적 풍경화, 동양의 관념적인 산수화에 나타난 구름과 산, 여백의 미(美)가 있는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낙원(樂園)'의 모습이 아니라, '손목시계, 화장품, 자동차, 명품가방, 인스턴트식품' 등 산업사회의 생산물을 이용하여 '현대인이 꿈꾸는 낙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작품의 표현도 붓과 물감 같은 기존의 도구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스크랩한 사진 이미지'를 재편집하는 '디지털 포토몽타주(digital photomontage)' 기법의 이미지 크기 조절의 자율성, 제작 시간의 효율성을 활용하여 '인공낙원'에 현실감을 더했다. 이를 위해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상품의 이미지들을 패션, 리빙, 인테리어 잡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스크랩하거나 직접 찍은 사진을 수집하고 재배치하여 동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공낙원'을 조성하였다. 이렇게 나의 작품 속의 세계는 현실과 환상이 혼합된 곳이다.
우리 주변에도 '인공낙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테마파크, 백화점, 식물원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곳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선별하여 인위적으로 한 곳에 모아놓고 재배치함으로써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편리함과 황홀함,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나의 작품 속에 묘사된 인공낙원의 모습은 어둡고 그로테스크(grotesque)한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화려하고 명랑하며 밝은 분위기의 세상이다. 이처럼 나의 작품이 관객에게 지루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꿈꾸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