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양자 역학의 표준해석과 결어긋남 해석을 통해 기존의 감각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자아와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했다.
나는 평소에 나의 이성적 판단과 감각을 연결하지 못하는 분리감을 경험해왔다. 마치 비현실감 등을 느끼는 증상인 이인증(depersonalization)과 유사하다. 이인증은 불안감, 우울감과 같이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누구나 겪어보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는 나의 감각과 인식의 상호작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내가 경험하는 오류를 오류로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바라보는 '오류 감각' 에 대한 질문을 하게 했다. 이러한 태도와 사유의 결과로써, 내가 경험했던 감각과 판단의 분리 혹은 편향성을 양자 역학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 나의 인식과 작업을 확장하고 객관화하고자 했다.
우선 양자 역학의 '표준해석' 을 분석하고자 항목을 나누었다. 표준해석을 설명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가장 기본 특성인 '불연속성, 불확실성' 에서 미시세계를 보여주는 '이중성' 과 거시세계로 이어볼 수 있는 '중첩' 특성의 순서로 구성하여 설명해 보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관찰' 은 표준해석에서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다양한 해석 중 '결어긋남 해석' 을 표준해석과 비교했다. 관찰자의 위상이 높고 심지어는 관찰자의 의식을 선행하기도 하는 표준해석과 달리, 결어긋남 해석에서 관찰자는 외부 환경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동등한 주체이다.
나의 작업을 전개하기 이전에, 양자 역학적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찾아 분석해보았다. 표준해석과 다세계 해석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작품을 상당수 발견하였으며, 이후 결어긋남 해석을 나의 작업에 중점적으로 적용하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작업을 전개하면서 양자 역학이 적용된 자세한 지점을 살펴보자면, 〈ORBIS〉와 〈떠도는 중간자〉는 표준해석의 '관찰자 중심' 의 관점을 해석한 것이다. 관찰(측정)을 해야 우주가 존재하므로 자아가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도 자아(관찰자)가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면의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로운 관점과 경험으로 재정의해 보았다.
〈결함〉과 〈진동원〉은 표준해석에서 심화된 해석인 결어긋남과 같이 자아만 존재할 수 없으며 내부와 외부가 주체와 객체의 구분 없이 상호작용한다는 감각을 새롭게 인식해 보았다. 이것은 오히려 오류라는 것이 구성체계를 이룬다는 해석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외부 세계의 오류는 그 세계에 속한 나에게도 오류로 인식될 것인지 사유하고 시각화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내부 세계에 지나치게 집중하던 기존의 사유 방식을 수정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외부 세계를 탐구하고 내-외부가 연결되어 하나를 이룬다는 관점의 변화를 찾을 수 있었다. 또한 또 다른 인식의 방법론을 연구해나갈 기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작가 본인에게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