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김정은이 김정일 급사(2011.12)로 갑작스럽게 권력 승계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세차례 핵실험과 ICBM 등 핵무력 완성에 치중하였고, 2018년부터는 모드를 급전환하여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등 광폭적인 외교활동을 벌였다. 2020년부터는 강력한 도발이나 협상 없이 정세를 관망중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극적인 대외전략 변화의 기저에 미중관계 변수가 어떻게 작용했으며, 국제정치 이론으로 볼 때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과거 국제체제 급변과 비교시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고찰해 본다. 비교연구를 위해 국제 체제 급변 사례로 ①1950~60년대 中·蘇분쟁기 ②1970년대 동서 데탕트 ③1990년대 냉전종식기를 선정하였다. 특히 김정은 시대를 △대립기(2012-2017) △외교협상기(2018-2019) △정세관망기(2020-현재)로 구분하고, 정책결정 변수로써 김정은의 정세관·대내자원·대외환경 등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1950-60년대 중소분쟁기 북한의 대응전략은 '등거리외교' 형태의 외부적 균형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中·蘇의 대립양상 △韓·美·日의 존재 및 對南우위에 대한 절실함 △김일성이 당시 정세를 위협보다는 기회로 인식한 측면 등이 작용하였다. 다음으로 1970년대 데탕트 시기 북한의 대응전략은 편승전략 성격이 크다. 즉 국제체제 급변이라는 기류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관망적 태도를 보이면서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축소해나가기 위해 서방권에 접근을 기도한 것이다. 1990년대초 냉전종식기 북한은 생존을 위해 △사회주의권과 관계 재정립 △서방권과의 관계 개선 등 2가지 큰 축으로 전략노선을 전환하였는데, 그 중 핵심은 對美편승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당시 북한의 편승전략은 안보위협을 느끼는 약소국이 강대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굴종적·전형적인 편승이 아니라 '갈등적 편승'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김정은 시기를 외교양상에 따라 세 시기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우선 대립기(2012-2017) 美·中관계 기류는 협력에서 갈등으로 점차 바뀌어 갔는데,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미·중이 대체로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 기간 북한은 G-2시대 개막과 북핵문제에 대한 美中공동관리체체에 대응하여 핵·무력 완성에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전면적인 '내부적 균형' 전략을 취하면서 조속한 對美 직접대화 성사를 위한 적극적인 '강압외교'를 추진하였다. 외교협상기(2018-2019)는 미·중의 전면적 대립 시기로, 중·러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관계를 강화하면서 對北제재 틀에 균열이 발생하였다. 이 기간 북한은 對美'갈등적 편승'에 주안을 두며, 그 실현방식으로 협상을 통한 '강압'을 택하였다. 즉 2017.11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대등한 핵보유국' 입장에서 중·러와 연대하여 미국에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와 동시에 핵담판 상대국인 미국과 정상회담·협상을 추진하는 편승전략을 진행한 것이다. 정세관망기(2020-현재)에는 미·중간 전략경쟁이 고도화되었으며, 고착화·구조화되었다. 특히 올해 출범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對中전략·對동북아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 문제를 다룰 것임을 표명하였다. 현재 북한은 전략면에서 '외부적 균형'을, 방식으로는 '관망'을 취하고 있다. 김정은-트럼프간 협상 실패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 미·중 경쟁추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가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국제체제 급변시 북한 대응전략 분석을 통해 김일성·김정일과 김정은의 유사점·차이점을 도출하였다. 유사점은 △국제체제 변화에 대한 지도자의 위협인식이 일정수준 이상이면 편승 전략을 택하며 △'중국의 태도'가 북한 외교정책 결정에 핵심적 변수이고 △북한 외교정책의 지향점은 '경제난 타개'라는 점이다. 차이점은 △북한이 核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외교의 근본적 틀을 변화시켰고 △김정은은 대외환경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외교정책 결정 과정은 '미·중경쟁→중국의 對北정책 변화→지도자 정세관(위기의식)변화 →對內자원 평가→외교정책 수립'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재 북한이 취하는 '관망'은 미·중 경쟁이 구조화되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며, 앞으로도 상당히 장기화 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상황 불변'이 고착화 되지 않도록 북한 전략목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韓美공조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태도변화에 중점을 두고 적극적인 개입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