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화는 그동안 핵확산 낙관론과 핵확산 비관론이 지배적 설득력을 제시해왔다. 반면, 이 두 주류 주장보다 훨씬 앞선 1960년대 중반부터 국제관계 이론가인 글렌 스나이더(Glenn H. Snyder, 1924-2013)는 유럽 내 미·소간 긴장상황을 예로 들면서 안정과 불안정의 교차적 상황을 예측했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핵 강대국들의 상호 핵 억지력으로 인해 유럽 내핵 전면전의 가능성은 감소되겠지만, 재래식 전력이 우세한 팽창주의적 성향의 소련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를 상대로 강력한 재래식 제한전을 발발시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련에 의한 재래식 공격으로 결국, 유럽 전지역내 충돌이 불가피해 질 것이며, 이를 억지하기 위해 미국의 핵전력 강화 노력이 이어져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이 증가될 것이라는 것이다. 스나이더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냉전기 핵보유국들 간의 상호확증파괴로 전략적 안정성이 증가될 것이며, 동시에, 전력우세 핵보유국의 재래식 도발로 인해 전술적 불안정성 역시 증가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스나이더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먼저 핵보유국들 간의 군사적 충돌유형은 핵에 의한 충돌은 상호확증파괴로 인해 발생가능성이 낮아 전략적 안정성이 증가될 것이며, 핵전쟁을 대신해서 재래식 도발의 형태로 분쟁이 야기됨으로써 전술적 불안정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분쟁개시국가는 소련과 같은 재래식 전력우세국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핵심이었다.
스나이더의 안정성-불안정성 역설은 핵 확산으로 인한 국제 갈등의 양상이 고강도 갈등보다는 저강도 전통 분쟁에 훨씬 더 치중되고 있는 현실 세계를 가장 설득력 있게 해석해 온 주장이다. 또한, '핵확산 동학의 역설'에 대한 '현실주의'적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핵확산 안정론을 제시한 월츠나 핵확산 비관론을 제시한 세이건과 달리 전략적 안정성과 전술적 불안정성이 교차되는 현상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의 기초를 제공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주장이다.
국제환경의 변화가 이어지고 핵보유국들이 다양해짐에 따라 역설적 현상에 대해서도 확대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생겼다. 실제 분쟁사례들은 '안정과 불안정의 역설'이라고 하는 핵심적 명제를 무난히 뒷받침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작동메커니즘에서는 차이가 있다. 바로 선제공격의 주체가 재래식 전력 우세국이 아닌 재래식 전력 열세국으로 변형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들에 적합한 주장을 이끌어 내고자 본 연구는 1965년 스나이더가 주장한 '안정-불안정 역설'을 재해석하고, 핵 보유국간 실제 분쟁사례를 적용해 보았다. 적용된 사례로는 양극체제하에서 발생된 유일한 핵보유국간의 분쟁인 중·소 분쟁(1969), 냉전종식이후 남아시아지역 긴장을 이끌고 있는 인도-파키스탄 분쟁(카르길 전쟁, 1999), 그리고, 미국의 확장억제가 작동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핵실험국 북한의 도발행위(2009-2010) 등 3가지이다. 이 사례들을 스나이더 역설에 대입시켜 본 결과, 그의 주장대로 고강도 핵전면전 발생가능성 감소에 따른 전략적인 안정성이 증가되는 반면, 저강도 재래식 분쟁 발발이 증가되어 전술적 불안정성이 증가되는 현상이 전개되었다. 하지만, 각각의 분쟁을 유발한 주체는 재래식 전력이 적대 상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한 국가들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변화된 국제환경으로 인해 분쟁유발국가들이 전쟁승리 및 영토 확보와 같은 현실주의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종교적·민족적 우월성을 과시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욕심에서 빚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울러, 재래식 선제도발은 약소국으로서 강대국에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들의 도발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사회는 예측 불가한 국제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실리추구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핵 보유국간 핵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전력 열세' 핵보유국의 의도적인 분쟁개시로 '전략적 안정성이 증가되면서도 동시에 전술적 불안정성이 증가'될 것이지만, 스나이더 주장에서 분쟁개시주체가 '변형된' 안정-불안정 역설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