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학대 문제 또한 함께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노인학대의 정의와 유형이 명확하지 않고, 사건 판단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피해노인이 학대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노인복지법상 가해자의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특례법이 아닌 형법이 적용되어 노인복지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피해자를 부양하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친족 혹은 요양보호사 피고인을 제시하고, 피해자의 치매 유무를 조작하여 학대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을 제시하였다. 이에, 배심원이 노인학대 사건에서 유무죄 판단, 유죄확률 판단, 양형 판단, 학대 심각성 판단, 피해자 책임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온라인 설문 업체를 통하여 배심원의 자격이 주어지는 만 20세 이상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하였고, 시나리오를 읽은 후 조작 점검 문항에 적절한 응답을 보이지 않은 인원을 제외하여 총 416명을 수집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학대로 인하여 사망한 사건 내용과 검사 측 주장, 변호사 측 주장을 순서대로 읽은 후, 배심원이 되어 유무죄 판단, 유죄확률 판단, 양형 판단, 학대 심각성 판단, 피해자 책임 판단에 응답하였다.
연구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따라 유무죄 판단에 차이가 나타났다. 즉, 가해자가 요양보호사일 때 아들일 때 보다 더 많은 유죄 판단을 적용하였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와 피해자의 치매 유무를 나누어 사건 판단에 대한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한 결과 상호작용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죄확률 판단과 학대 심각성 판단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의 주효과는 유의하게 보고되었다. 즉, 가해자가 요양보호사일 때 아들일 때 보다 유죄일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하였으며, 학대가 더 심각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존속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형이 가중되어, 요양보호사일 때 보다 더 높은 처벌 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에서는 요양보호사가 가해자일 경우 아들일 때 보다 더 유죄라고 판단하였으며, 유죄일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하고 학대를 더 심각하게 인지하였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는, 부양과 보호의 의무를 저버리고 피해노인을 학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노인학대의 경우, 학대행위자와의 관계 특성에 주목하여 새로운 처벌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학대 범죄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고 노인학대 범죄를 근절하는 것' 이 목적인 노인복지법상 입법 취지에 달하기 위해서는 학대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의 처벌규정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노인학대 주체를 설정하여 국민의 법감정에 상응하는 처벌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