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퍼는 1920년대 미국 재즈 시대에 짧은 치마와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단발로 짧게 자르며 음주와 흡연, 자유연애를 즐기는 등 기존의 규범과 가치를 거부하며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신여성을 말한다. 전후 1920년대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고, 그중에서 젠더 문제 특히 신여성의 등장은 당시 사회와 문화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1920년대의 급변하는 사회에서 살았고 그 시대를 그려내는 작품들을 썼다. 그는 스스로 '재즈 시대'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신여성들을 '플래퍼'라고 지칭할 정도로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작품 속에 당시 젊은이들의 모습, 특히 플래퍼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았다. 그가 초기 발표한 단편소설에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과 갈등을 겪는 신여성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이 논문에서는 그의 단편 중에서 「버니스 단발로 자르다」 「머리와 어깨」 「얼음 궁전」 등 세 편에 나타난 여성 캐릭터를 통해서 플래퍼들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재현되어 나타났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가 작품 속에서 창조한 플래퍼 이미지가 이후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킨 다양한 논의와 담론들을 알아보고, 그것이 어떤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의 단편 속에 등장한 여성들, 즉 단발로의 변신을 통해 외양뿐 아니라 내면까지도 변화하게 된 버니스, 예일대의 비범한 천재와 결혼한 뒤 쇼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하여 집안의 가장이자 '머리'로 우뚝 서게 된 마샤 메도우, 새로운 꿈과 이상을 좇아 현대화된 도시로의 탈출을 모색하지만 현대 도시의 차갑고 이기적인 문화, 그리고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가부장적 질서에 절망과 환멸을 느끼고 귀향한 샐리 캐롤 하퍼 등은 모두 과도기적 변화의 시기에 혼동과 갈등을 겪은 당대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성장 바탕이 된 어머니 세대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서 심적 혼란을 느꼈고 경제적 독립을 위한 기반과 경험이 부족한 탓에 잠시 일탈의 자유를 맛본 뒤 가정으로 혹은 결혼이라는 기존 제도 속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플래퍼는 전통적인 도덕 규범에 도전하는 반항적인 모습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의 고정 관념을 해체하는데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주의와 대중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하며 미국의 현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플래퍼 이미지를 문학 작품에 생생하게 녹여낸 피츠제럴드가 있다. 그는 플래퍼가 잠깐 스치는 재즈 시대의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미국 역사에서 오래 기억되는 정통 여성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피츠제럴드에 의해 플래퍼는 미국 모더니티의 상징적 존재로, 그리고 1920년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문화적 기념물로 영원한 역사성을 부여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