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강묘(九原崗墓)는 중국 산서성(山西城) 흔주(忻州)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굴된 북조 시대 고분이다. 무덤은 봉토(封土), 묘도(墓道), 용도(甬道), 묘실(墓室)과 위에 천장 구조로 구성되었다. 도굴로 인해 묘지(墓誌)를 포함한 묘실 벽화 등 다수의 유물들이 유실되어 고분의 정확한 편년을 알기 어려우나 단실묘 구조와 벽화 내용 등을 미루어 볼 때 북조시기로 추정된다.
위진(魏晉) 시기에 전쟁으로 인해 벽화 수가 감소하였지만 북조 벽화는 한대(漢代) 전통을 계승한 북조 고분 미술을 바탕으로 발전하여 수(隨)·당대(唐代)로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기 때문에 중국 고분 미술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존 상태가 양호한 구원강묘 묘도와 용도 벽화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벽화 제재는 북조 장의 미술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서 미술사 시각에 따른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본 논문은 구원강묘 벽화의 주제와 회화 기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더 나아가 도상해석학 관점에서 전체 벽화를 고찰한 것이다.
벽화 내용은 고분 편년을 추측하는데 있어 중요한 판단 근거이므로 다른 시기 고분 벽화 사례들과 비교 분석을 통해 특징을 파악하고자 했다. 구원강묘 벽화는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표현 기법을 통해 천상계 도상, 인물, 동물, 산림, 북조 시기 목조건축물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원강묘 벽화 내용은 크게 생활 풍속 제재와 묘주의 영혼이 천계로 승천하는 사후관과 관련된 제재로 분류된다. 이러한 분류법에 따르면 생활 제재 관련 주제는 마필무역도(馬匹貿易圖), 산림수렵도(山林狩獵圖), 출행도(出行圖)와 회귀도(回歸圖), 건축도(建築圖) 등이 있으며 생사 관념과 관련된 주제로는 천상도(天上圖)가 있다. 구원강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천상도에서는 중국 고대 신화와 관련된 도상이 다수 등장하여 한대와 북위(北魏)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림수렵도와 건축도는 漢代부터 이어져 온 벽화 주제로서 현재 발굴된 북조 시기 고분 벽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방대한 규모와 회화적 특징이 나타나 미술사적 연구 가치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화면(畫面)에 온전한 회화 형식의 산림수렵도와 건축도가 동시에 출현한 사례도 흔치 않고, 화공의 기량이 뛰어나 역시 주목된다. 다른 고분 벽화와 비교를 통해 구원강묘 벽화의 의의를 밝히고자 하였다.
국내에서 구원강묘 개별 연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아 본 논문이 향후 중국 벽화 연구에 밑바탕이 되어 북조 고분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는 데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