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 스미스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은 20세기 초반 뉴욕시 브루클린의 유럽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프랜시라는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다. 동시에 본 작품은 프랜시의 부모 세대와 이민자 공동체의 생활상을 그린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00년대 초 뉴욕, 그중에서도 브루클린은 급격한 산업 발달과 이를 통한 산업 자본주의의 구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대표적인 도시공간이다. 자본을 축으로 확립된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위계에서 교육받지 못하고 자본을 가지지 못한 프랜시 주변의 이민자 공동체는 최하위 계층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에서 프랜시의 가족은 20세기 초의 뉴욕을 자신의 방식으로 사유하고 이를 가치 있게 재구성하면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립한다. 이는 작중 부정적일 것만 같은 도시공간에서 프랜시의 가족 공동체가 자신의 사적인 담화를 창출하며 삶을 자기만의 의미로 구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드러난다. 이 연구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뉴욕이라는 도시공간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민자 공동체의 소외를 일으킨다는 점을 프랜시의 가족을 중심으로 논한다. 이후 위협적인 도시공간을 살아가는 브루클린의 이민자들이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타자이지만 한 공간을 영위함에 있어 주체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본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좇아 가는 프랜시의 서사가 두드러진다. 프랜시는 폭력적인 도시공간의 논리를 그대로 내면화하지 않고, 그 속에 개인적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서사 공간을 상상력이라는 내면적 힘으로 재창조한다. 이에 본 논문은 프랜시가 공간 속에서 스스로의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고 확립해가는 과정을 분석한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은 한 사회에서 소외되어 타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민자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민자들의 소외와 공명한다. 그렇기에 본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20세기 초 미국의 뉴욕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을 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이에 본고는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에 나타난 도시의 무자비함과 자본의 공간으로부터 소외되는 인간들이 한 공간을 새롭게 사유하는 방식을 논하며 본 작품을 탐구하고 그 중요성을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