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의료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보건의료 재정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 만큼 의료비 지출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급등하는 의료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병부담이 큰 질환을 선별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해당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시행하여야 한다. 불면장애는 전 세계 인구의 1/3이 증상을 경험할 만큼 흔하며,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 상당한 비용을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만성 불면장애 환자의 85~90%에서 나타나는 정신과적, 신체적 공존질환과 낮은 불면장애 치료율은 의료비용을 큰 폭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불면장애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불면장애가 우리나라 사회에 주는 경제적 부담을 파악한 연구는 매우 한정적이다. 또한, 불면장애 치료는 의료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환자의 불면장애 치료 이용 정도를 파악한 연구는 없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 불면장애의 치료율을 확인하고 불면장애가 의료비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또한, 의료비 증가에 기여도가 높은 불면장애의 공존질환을 밝히고자 한다.
2018 년 한국의료패널 연간데이터에서 만성적으로 불면장애를 앓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공존질환의 유병률과 불면장애 치료율을 계산하였다. 연령, 성별, 결혼 상태, 교육 수준, 의료보장 형태와 Charlson comorbidity index(CCI), Psychiatric diagnosis group (PDG), Unique diagnosis code(UDC)로 성향 점수를 구하였고 1:1 매칭하여 대조군을 추출하였다. 2018 년 1 년간 외래, 입원, 응급 의료이용으로 발생한 진료비용과 처방 약값을 합하여 전체 의료비용을 산출하였다. 의료이용의 주목적에 따라 불면장애 치료비용과 공존질환 의료비용으로 구분한 후 두 그룹의 의료비용을 비교하였다. 불면장애가 전체 의료비용 및 공존질환 의료비용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화선형모형을 사용하였다. 또한, 고혈압, 만성 통증,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또는 주요 우울장애 공존 불면장애로 인한 의료비용 증가 정도를 파악하였다.
전체 연구 대상자(14,005 명)의 3%(410 명)는 1 년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면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평균 유병 기간은 7 년이었다. 고령, 여성, 의료급여, 별거/사별/이혼 상태, 저학력인 사람에서 만성 불면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불면장애 환자의 80%는 만성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인 골관절염, 등통증, 골다공증, 섬유근육통 또는 편두통을 동반하고 있으며, 환자의 2/3 는 고혈압, 1/4 은 우울장애를 공존하고 있었다. 만성 불면장애 환자의 70%는 불면장애를 치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 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불면장애 환자의 1 인당 전체 의료비용 중 불면장애 개선을 주목적으로 발생한 비용은 단 2%(74,000원)에 불과하였고 나머지는 공존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비용이었다. 불면장애 환자는 대조군보다 전체 의료비용(330 만원 vs 230 만원) 및 공존질환 의료비용(320 만원 vs 230 만원)이 44%(p=.003), 39%(p=.007) 더 많이 발생하였으며,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공변량을 모두 보정한 후 만성 불면장애로 인해 전체 의료비용과 공존질환 의료비용은 34%(p=.003), 30%(p=.020) 증가하였다. 공존질환 및 불면장애가 모두 없는 사람보다 당뇨병 공존 불면장애의 전체 의료비용은 90%(p=.002) 더 많이 발생하였으며, 만성통증 공존 불면장애는 80%(p=.003) 더 증가하였다.
만성 불면장애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재정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질환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불면장애에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개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불면장애 치료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를 향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공존질환과 불면장애에 대한 통합 의료서비스는 의료비용 절감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