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 육군 여군의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 제약요인을 MOWIP(Measuring Opportunities for Women in Peace Operations, 이하 MOWIP으로 표기) 방법론을 적용하여 연구하고, 여군의 평화활동 참여 증진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엔 평화유지활동(Peacekeeping Operations, 이하 PKO로 표기)은 분쟁지역에서의 전쟁 확산 방지 및 평화회복을 위해 기여해왔다. 그러나 PKO에서 여성의 참여와 역할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1990년대 이후 성공적인 평화유지에 있어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s)가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분쟁해결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2000년 유엔 안보리는 결의 제1325호를 채택하면서 여성, 평화와 안보(WPS : Women, Peace and Security)를 국제규범으로 채택하였다. 결의 제1325호는 분쟁의 피해자가 된 여성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평화활동에서 능동적 행위자로서 여성의 참여를 강조하였다.
2015년 안보리 결의 제2242호에서는 평화활동에서 제복을 입은 여성의 수를 2배로 증가시키도록 촉구했다. 유엔의 '군경 성 평등 전략(Uniformed Gender Parity Strategy)'에서는 2018년부터 2028년까지 개인단위 파견 군인의 25%, 부대단위 파견 군인의 15%를 여성으로 구성하도록 목표를 설정하였다. 유엔은 평화유지활동 참여국을 포함한 회원국에게 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유엔 평화활동에서 여성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2017년 엘시 이니셔티브(Elsie Initiative for Women in Peace Operations)를 발표하였다. 엘시 이니셔티브는 평화활동에서 제복을 입은 여성들의 '의미 있는 참여(meaningful participation)'를 증가시키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해보는 다국가 시범 프로젝트이다. 이에 동참하는 다양한 협력국가들(Contact Group Countries)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PKO 분담금 기여 10위(2020-2021년), 아시아 최초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개최 등 유엔 평화활동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국제평화활동의 선진 중견국가로서 한국의 입지와 국제사회의 기대가 높다. 그러나 한국의 부대단위 파견 여군 비율이 2022년 기준 5% 미만으로 유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여성 PKO 관련 연구도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은 여성 PKO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여성 PKO 참여 제약요인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엘시 이니셔티브 이행을 위해 개발된 MOWIP 방법론은 제복을 입은 여성에게 PKO 참여 기회 또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10개의 영향요소를 계량적으로 측정하고, 장벽수준을 평가하는 도구이다. 이 방법론을 적용한 연구결과, 한국 육군 여군의 PKO 참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높은(HIGH) 수준의 제약요인은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가족여건(영향요소 4)'은 제도, 경험·인식 모든 영역에서 가장 큰 제약요인이었다. 이는 여성의 파병참여에 대한 일부 가족 내(內) 또는 사회적 지지 부족, 여성 스스로 양육에 대한 부담, 보육·교육 지원서비스 부족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일부 여군들은 양육부담으로 파병지원을 포기하거나 파병 중 보육·교육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경험한 사례도 있었다.
둘째, '선발과정(영향요소 3)'은 정보획득의 낮은 접근성으로 발생한 주요 제약요인이었다. 즉, 정보획득에 대한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정보부족을 경험하게 되어 선발과정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파병근무지의 생활여건에 대한 정보는 여성이 필요로 하는 주요 정보유형으로써, 이를 획득할 수 있는 제도적 접근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평화활동 인프라(영향요소 5)'는 파병근무지의 낮은 복지서비스로 인해 발생한 주요 제약요인이었다. 일부 여군들은 군의관은 있으나 여성의료진 부족으로 부인과 진료 제한,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장비이나 조절을 해도 신체에 맞지 않아 불편 경험, 여성 위생용품 구입 제한 등의 제약을 인식 및 경험했다. 이는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제도적으로 제약요인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과 차이를 나타냈다.
이밖에 여군의 PKO 참여 제약요인으로 '적합한 인력풀(영향요소 1)', '경력가치(영향요소 7)', '파병기준(영향요소 2)', '사회적 배제(영향요소 10)'가 중간(MED) 수준의 제약요인으로 평가되었다. 파병에 지원할 수 있는 여군 인력 자체가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정부 및 군 자체적으로 파병경험에 대한 중요성 인식부족으로 인해 파병경험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육군 여군의 PKO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군(軍)의 제도 및 정책적 차원, 국가적 차원에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군(軍)의 제도 및 정책적 측면에서 첫째, 보육·교육지원 관련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국방부 또는 육군 주무부서에서 파병 정보제공 창구를 일원화하여 운영해야 한다. 셋째, 파병 여군에 대한 복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지휘관 등 상급자들에 의한 현장 위주 점검이 강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여군 PKO 참여 확대 관련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여군 인력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파병 전문가 양성정책 수립 및 파병경험의 자긍심 고취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양성평등 정책을 확대 및 강화해야 한다.
본 연구는 조사대상, 조사지표의 다양성 등 일부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최초로 여군의 평화활동 참여 제약요인을 계량화된 방식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향후 여성 PKO 관련 후속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관련 정부기관에서 연구 결과로 분석된 제약요인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