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센터 프로젝트(Rockefeller Center Project)는 1929년부터 1939년까지 뉴욕 5번 애비뉴를 중심으로 진행된 도시 재개발 사업이다. 록펠러 센터는 13채의 빌딩들, 광장과 정원 그리고 공공미술로 형성된 기념비적 규모의 상업·문화 복합단지로 존 D. 록펠러 2세의 단독 투자로 세워졌다. 특히 이 센터는 건축물과 공공미술이 아르데코 양식으로 통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그룹을 보는 듯하다. 록펠러 센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록펠러 센터 이사회는 예술 프로그램을 세워 100여 점의 공공미술을 설치하였다. 광장에는 조각, 건축물의 주요 출입구와 벽면에는 건축 조각 그리고 로비에는 벽화가 설치되었다. 예술 프로그램은 공공미술 주제로 뉴 프런티어(New Frontier)를 선정해서, 모든 작품을 일관성 있게 구조화하였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록펠러 센터 공공미술을 미국의 사회·경제적 가치 구조 안에서 분석하여, 뉴 프런티어의 의미를 밝히고 20세기 아메리카니즘을 표상한 것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록펠러 센터의 공공 조각인 〈프로메테우스〉와 〈아틀라스〉는 전통적인 그리스 신화 도상에서 벗어나, 20세기 미국에 상응하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프로메테우스〉의 신성한 불은 기술혁신에 따른 문명의 진보를 응축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천문학과 관련 있는 아틀라스의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지구본 대신에 혼천의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 혼천의의 남북축을 북극성을 향하게 설치하였는데, 이는 오랜 기간 항법(航法)의 주요한 지표로 사용되었던 북극성에 의미를 두어 무역을 상징하게 한 것이다. 더불어 강인하게 표현된 아틀라스는 대공황 시기에 어려움도 거뜬히 짊어지고 나아가는 기업가를 표상한다. 즉 록펠러 센터 공공 조각은 20세기 미국의 프런티어인 기술 개발에 따른 산업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무역을 의미한다.
1930년대 미국의 기술 공학의 핵심은 시·공간의 인식을 변화시킨 라디오와 항공기였다. 그에 따라 라디오 시티 구역의 건축 조각은 라디오 방송이 대중 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인류의 계몽을 담았다. 미술가들은 라디오를 고양된 정신세계와 오성을 겸비한 지혜의 메신저로 표현하였다. 〈운송의 역사〉는 미국의 교통수단의 발달사를 집약적으로 나타냈으며, 당시 최신 항공기를 관람자와 제일 가까운 위치에 배치하여 인간이 이룬 성과를 목견하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미술가들은 인간의 본성적인 특질 중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파베르를 인간과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 철학을 설명하는 데 주요한 개념으로 다루었다. 이에 록펠러 센터에서는 도구를 들고 작업하는 남성을 다수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록펠러 센터의 조각과 건축 조각은 20세기 아메리카니즘이 '산업'임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록펠러 센터의 로비 벽화들은 미국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과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장이 되었다. 오리건 원주민 신화를 나타낸 〈젊음의 샘〉은 미국의 역사적 기원이 서부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원주민 문화와 서부의 장엄한 대자연을 미국의 정체성으로 나타내었다. 특히 RCA 빌딩의 복도 벽화들은 미개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이행하는 인류의 역사를 가시화하고, 기술 발전으로 혜택을 보는 인류를 그려냈다. 로비 벽화 〈미국의 진보〉는 지력과 완력의 화합, 이상주의자와 노동의 가치 그리고 협력적 세계관이 미국의 진보 이데올로기의 근원임을 시각화하였다. 이와 더불어 시간을 상징하는 타이탄을 표현한 천장화 〈시간〉에서는 최고 기술 공학의 상징인 항공기와 항공대가 만들어낸, 끝이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비행운을 통해 미래에 대한 낙관을 암시하였다. 전체적으로 RCA 빌딩 벽화들은 인간 이성의 진보와 산업의 개발로 계속해서 발전해 가는 시간적 과정의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록펠러 센터 공공미술은 1920-1930년대 미국 사회의 키워드인 기술, 산업, 진보, 낙관과 같은 그 시대만의 상징적 질서를 구현하였다. 이처럼 사적인 개발 단지에 미국적인 특징이 강하게 반영된 배경으로는 예술 프로그램 주제였던 프런티어를 들 수 있다. 프런티어는 미국 사회를 이끈 미국인의 정신적 기조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공공미술이 제작된 시대적 배경으로, 산업이 아메리카니즘을 형성하던 산업 시대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록펠러 센터를 건립한 주역들이다. 준-국가와 같은 기구로 활약했던 록펠러 재단을 이끈 록펠러 2세, 미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만국 박람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었던 연합 건축가들, 미국 공공기관의 공공미술을 주로 제작한 예술 프로그램 미술가들에게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의 영향으로 록펠러 센터 프로젝트에는 미 정부가 지향한 미국적인 특성이 내포된 것이다.
종합해보면 예술 프로그램의 뉴 프런티어는 미국 역사를 통한 진보적 사관과 기술혁신에 따른 산업 발전을 의미한다. 이에 록펠러 센터의 공공미술은 건축물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었던 미국 사회의 정신과 가치, 이상향을 응집력 있게 가시화해 구조물의 가치를 변화시켰다. 근대적 사고와 활동을 표현한 공공미술은 미국 산업에 대한 서사시이며 미국에서 통용되는 신념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구현하여 대중을 교화하고, 발전하는 국가적인 상(像)을 담았다. 따라서 록펠러 센터 공공미술은 다른 나라보다 진보된 산업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했던 미국의 한 시대를 표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