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옻칠 조형의 추상적인 표현 방법, 현대적인 해석의 가톨릭 미술에 대한 이론적 내용을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추상적 표현의 '십자가의 길'을 옻칠로 제작하여, 옻칠 조형 분야의 창의적 적용 가능성의 모색과 가톨릭 미술의 범위 확장을 논하고자 한다.
연구자는 '십자가의 길'에서 열 네 지점으로 구성된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인간의 삶에서 겪는 수난과 죽음의 메타포로 보고, 이에 연구자의 삶을 투영하여 고통과 죽음의 사유를 옻칠의 특성을 활용하여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다. 14개의 각 처를 성인 남성의 신체, 혹은 관을 연상하게 하는 크기로 제작하여, 각 처의 응시를 통해 물리적인 예수의'부재'와 이미지로서 예수의 '현전'이라는 동시적 체험을 관람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십자가의 길'에서 나타나는 고통의 모티브는 피할 수 없는 죽음에서 비롯된다. 연구자는 인간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겪는 사건과 그로 인한 고통의 중첩이 인간의 삶 그 자체라 보고, 조형 언어의 가장 기본인 색채, 질감, 면, 선, 점으로 고통과 죽음을 형상화하여,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본질과 삶의 고귀함을 드러낸다.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 칠면을 쌓고 연마하는 옻칠 조형 작업은 사건과 고통의 누적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에 비유할 수 있다. 다층적인 고통은 옻칠의 색채, 점도, 옻칠과 타 매체와의 혼합으로 드러나는 질감으로 형상화되며, 적층된 칠면을 갈아내거나 광택을 내는 등의 연마하는 방법으로 죽음의 미묘한 단계가 강조된다. 이러한 작업과정과 표현으로 인해 옻칠은 연구자의 사유를 표출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의 수난 서사이자 가톨릭교회의 신심행위를 위한 기도 성물로 일반적으로 '14처'로 구성되어 서사를 순차적으로 나열하거나 각 처의 상황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연구 작품 '십자가의 길'은 추상적 표현의 미술로 가톨릭 교리를 나타내어 가톨릭교회와 현대 미술 융합의 시도이며, 전통 기법에 기반을 둔 옻칠 조형과 가톨릭 미술의 융합으로 한국 가톨릭미술의 다양화와 토착화의 시도로써 의미를 가진다.
옻칠 조형으로서 '십자가의 길'은 수난의 과정, 사건속의 감정과 의미를 옻칠 조형의 작업 과정과 그 과정으로 인해 드러나는 색칠면의 적층으로 표현한다. 또한 수난에 의한 고통과 감정을 옻칠의 색채와 특유의 물성으로 인한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하며,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인 죽음을 본질적인 조형언어인 점, 선, 면과 칠면의 광택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또한 연구 작품에서 색이 지닌 상징성과 질감 표현에 내재한 의미를 분석하고, 조형요소로서 색채와 질감, 재료와 기법을 연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론적, 조형적 연구는 추상적 표현의 옻칠 조형 작품인 '십자가의 길'이 한국의 전통 재료인 옻칠과 서양에서 유입된 가톨릭교회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가톨릭미술의 토착화, 그리고 가톨릭미술에 현대추상표현미술 적용의 토대가 되어, 옻칠 조형 창작 영역을 확장하는데 그 의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