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재독 아동·청소년 학습자의 계승한국어 발달과 정체성 변화를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와 정체성 교육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계승한국어 학습자는 성장하면서 거주 국가 언어의 입력량이 많아져 지속적인 한국어 발달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아동·청소년기는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계승어 발달과 정체성 변화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고는 계승한국어 학습자의 한국어와 정체성을 유사통시적인 방법으로 고찰하고, 한국어와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 요인을 살핀 후 한국어 능력, 정체성, 배경 요인의 상호 관련성을 검증하고자 한다.
그동안 계승한국어 학습자 대상 선행연구에서는 한국어와 정체성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특히 한국어, 정체성, 계승어 학습자의 배경 요인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지금까지의 계승한국어 학습자 연구는 주로 재미 동포나 재중 동포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여 재독 동포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연구 문제를 상정하였다. 첫째, 재독 계승한국어 학습자의 한국어 발달 양상은 어떠한가, 둘째, 재독 계승한국어 학습자의 정체성 변화 양상은 어떠한가, 셋째, 재독 계승한국어 학습자의 배경 요인이 학습자의 한국어 능력과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넷째, 재독 계승한국어 학습자의 한국어와 정체성의 상관관계와 한국어, 정체성, 배경 요인 간의 상호 관련성은 어떠한가이다.
계승어 학습자의 한국어 능력과 정체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기 위하여 구어와 문어에서 복잡성과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설정하였고, 정체성 범주를 민족정체성, 국가정체성, 문화정체성으로 분류한 후, 이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지를 구성하였다. 재독 아동·청소년 계승한국어 학습자 70명을 대상으로 구어와 문어 능력을 살펴보고, 배경 요인과 정체성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재독 아동·청소년 학습자들의 한국어 능력 발달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연령에 따른 복잡성과 정확성은 측정 지표에 따라 정체와 발달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대체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를 통해 복잡성과 정확성이 상호 지지적 역할을 하며 발달함을 확인하였다. 특히 구어와 문어에서의 통사복잡성은 전 연령대에서 지속적으로 발달하 였는데, 이는 구어보다 문어 산출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문어 정확성은 만 13~15세에 발달한 후 정체되었고, 구어 정확성은 만 7~15세에 발달한 후 정체되었다. 반면 어휘복잡성은 연령에 따른 유의미한 발달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숙달도에 따른 복잡성과 정확성 분석을 통해, 구어·문어 정확성과 문어 통사복잡성이 만 7~18세 재독 계승한국어 학습자의 숙달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재독 아동·청소년 학습자들의 자기범주화를 분석한 결과, 학습자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한국 민족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연령 집단별 문화변용유형 분석을 통해 계승어 학습자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독일 문화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를 거쳐 청소년 후반기에 이르러서 한국 문화정체성을 강화한다고 보았다. 문화변용유형에 따른 계승어 학습자의 한국어 능력을 분석한 결과, '분리 유형'과 '주변화 유형'에 속하는 학습자들의 복잡성과 정확성이 '통합 유형'과 '동화 유형'에 속하는 학습자보다 높았다. 한국 문화정체성과 독일 문화정체성 점수가 모두 낮은 '주변화'유형 학습자들의 복잡성과 정확성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정체성이 언어 능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셋째, 아버지의 한국어 능력, 연령(많을수록), 한국 출생, 이주 나이(늦을수록), 초등학교 입학 전후 한국어 사용량, 부모의 한국어 사용, 한국어 영상 시청이 전반적인 한국어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한글학교 입학 나이(많을수록), 부모·형제·친구와의 한국어 사용량, 초등학교 입학 전 전체 독서량, 입학 전 한국어책 독서량, 현재 한국어 책 독서량은 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글학교 재학 기간 변수는 전반적인 문어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한글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 한국 정체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배경 요인은 성별(여성), 아버지의 한국어 능력, 입학 후 한국어 사용, 부모와의 한국어 사용, 부모의 한국어 사용, 한국 영상 시청, 현재 한국어책과 독일어책 독서량으로 나타났다.
넷째, 구조방정식 모형을 이용하여 한국어 능력, 한국 정체성, 배경 요인의 상호관계를 규명한 결과, 한국어 능력과 한국 정체성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각각이 독립적으로 발달함을 확인하였다.
상기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본고는 재독 계승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교육적 함의를 도출하였다. 배경 요인과 연령에 따라 한국어와 정체성 교육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으며, 교육 모형을 설계할 때 참고할수 있는 '재독 아동·청소년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및 정체성 교육 과정의 핵심 체계'를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의의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만 7~18세 재독 계승한국어 학습자들의 구어와 문어 발달과 정체성 변화 추이를 밝히고 이를 숙달도와 문화변용유형 측면에서 다각도로 분석하였다. 둘째, 배경 요인이 계승한국어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증하고 한국어 능력, 한국 정체성, 배경 요인의 상호관계를 규명하였다. 셋째, 계승어 학습자의 한국어 능력과 정체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연령과 학습자의 배경 요인에 따른 교육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은 성과는 재독 계승한 국어 학습자의 가정과 한글학교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교육을 위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가 다양한 지역의 계승한국어 학습자의 언어와 정체성을 연구하는 데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