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만 5년 넘게 뉴스룸의 시청률을 견인해왔다. 젊은 시청자를 새롭게 끌어모았고 세월호, 대통령 탄핵 등 굵직한 사안을 둘러싼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자 대부분은 그 비결로 앵커브리핑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꼽아 왔으나 본 연구에서는 여기서 나아가 앵커브리핑이라는 뉴스콘텐츠가 시도한 역사 스토리텔링 방식에 주목하였다.
앵커브리핑 스토리텔링의 결정적인 특징은 '역사 소재'를 주로 활용하였다는 점이다. 방송된 총 950편의 주제 및 소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역사 소재를 사용한 앵커브리핑은 전체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1. 뉴스콘텐츠에 역사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2. 역사 소재를 활용한 뉴스콘텐츠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3. 근본적으로 '왜' 뉴스에 역사 소재를 활용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답을 구하려 하였다.
앵커브리핑은 뉴스의 맥락을 제대로 짚고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풀이하기 위해서는 뉴스에 서사를 부여하고 감성을 더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필연적이라고 보았다. '팩트'가 중요한 뉴스의 특성상 허구가 아닌 '실제'의 소재가 필요하였고 이는 당연히 우리가 지나온 과거, 즉 역사로 귀결됐다.
속도전이 필요한 뉴스 환경에서 역사 소재를 오류 없이 가져다 쓰기 위해서는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앵커브리핑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구축되기 시작한 한국학 자료 데이터베이스를 주로 참고해왔다. 그동안 접근성이 떨어졌던 『조선왕조실록』등 원 사료 검색이 자유로워지면서 뉴스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1차 사료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각종 언론사가 구축한 신문 디지털 아카이브와 다양한 연구자들의 역사칼럼도 역사 소재를 찾아내는 주요 출처가 되었다.
앵커브리핑의 역사 스토리텔링 방식은 발상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한편의 주제 안에 다양한 역사적 소재를 묶거나 2.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서 실마리를 찾는 방법. 3. 역사적 사건과 현재의 유사성을 비교하고 4. 나라 밖 역사 소재를 우리의 역사로 끌어오기도 하였다. 5. 의미 있는 구술을 발전시켜 오늘과 엮어낸 사례도 있다. 본문에서 제시한 역사 스토리텔링 사례들은 뉴스의 설득력을 높이고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 전체 뉴스의 시청률을 견인하였고 이후 각종 언론에서 비슷한 형식의 앵커 칼럼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가시적 성과 이외에도 뉴스가 역사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기억하는 역사'를 위해서이다. 오늘과 이어진 과거를 돌아보고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고등을 켜는 것이야말로 뉴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동시에 뉴스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높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향후 다른 뉴스에서도 역사를 통한 스토리텔링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시사, 두 분야를 함께 소화할 수 있는 제작진의 확보가 필수이다. 또한 제작진은 자체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분야별 자문단 구성 등 역사오류를 방지할 각종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앵커브리핑이 추구해온 프레젠테이션 형식에서 나아가 지금 시대에 적합한 숏폼이나 밈, 역사와 뉴스를 엮어주는 큐레이션 등 진일보한 형식이 연구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