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을 분류하는 전통적 방식의 두 공간인 내재(Diegetic)와 외재(Non-diegetic) 공간은 영화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며 공간의 경계를 파괴하고 과감히 그 위치를 넘나드는 음악 연출을 시도하게 되었다. 위치성에 자유도를 높인 영화음악 연출은 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내러티브에 밀접하게 관여해 영화의 의미 해석에 풍성함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음악의 위치성에 관한 이론이 통일되거나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여러 학자에 의한 각기 다른 주장으로 제시되고 있다. 영화음악의 위치 분류에 관한 이론은 '서사 공간'에 근거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치를 변위(變位) 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공간으로 제한한 음악 위치 분석은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
영화는 정지된 숏(Shot)들을 이어 붙여 시·공간을 초월해 서사를 그려낸다. 그러므로 영화의 시퀀스는 본질적인 '단절'을 내포한다. 그리고 그 단절을 메우는 영화음악은 본질적 '연속성'을 가진다. 영상은 정지나 편집을 통해 멈추고 변형할 수 있지만 소리(sound)는 시간 속에서만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다시 말해 음악은 하나의 순간으로 축소할 수 없으며, 비회귀적 시간의 흐름을 전제한다. 영화 속에서의 음악은 생략, 편집, 축약, 물리적 과장 등으로 시·공간의 이동이 가능한 이미지의 형식을 하나의 통일된 흐름으로 완성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이것이 영화음악을 '서사 공간'에만 국한하여 구분 지을 수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영화의 시간 흐름 위에 공간 위치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형태인 트랜스-다이제틱 음악(Trans-diegetic Music)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활용한 영화음악이 어떻게 이미지와 내러티브에 유기적으로 작용하는지 고찰한다.
트랜스-다이제틱 음악은 이미 여러 작품 속에서 활발히 사용된 것에 비해 그 활용성에 관한 연구가 미비하고 심층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트랜스-다이제틱 음악의 연출 효과를 '코미디 창출', '종속적 기능과 대위법적 기능의 결합', '음향 변화를 통한 내러티브 관점 전환'으로 제시하고, 그에 따른 여러 영화 장면의 활용 사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영화에 다채롭고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트랜스-다이제틱 음악의 연출 기법 효용성을 입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