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환경과 깊은 상관성(相關性)을 지닌다. 그 환경은 자연적 환경과 인간적 환경으로 나뉜다. 사주(四柱)에 근거하여 인간관계 속의 상호 영향력에 관계를 두고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명리학(命理學)이라면 풍수(風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중심으로 자연의 인간에 대한 영향을 연구하고 인간이 어떻게 하면 좋은 자연환경을 선택하고 부족한 측면을 보완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사회에서 풍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인간의 환경은 확장되고 복잡화된다. 그에 따라 주거 형태도 다양화되고 거주지 주변의 인공구조물도 생기게 된다. 풍수(風水)는 자연적 및 인공적 환경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축적된 지혜(智慧)의 총합(總合)이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복락(福樂)을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좋은 지세(地勢)와 형상(形象)을 가진 공간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로 올수록 풍수에서는 사자(死者)의 공간인 음택(陰宅)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주거공간인 양택(陽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의 주거 형태는 수평적 확장으로부터 수직적 확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건축 기술의 발달과 도시화, 인구의 집중이 주거 공간의 수직적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국토 면적은 작고 인구밀도는 높으며 특정 지역으로의 인구 집중성이 심한 나라에서 주거 공간의 대책으로 나온 것이 고층아파트이다. 주거 형태의 아파트화는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 이러한 주거 공간 변화의 한국적 특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2020년 전국 기준으로 단독주택, 연립주택, 오피스텔, 아파트 등 다양한 거주 유형 중 아파트 비율은 49.17%로 인구의 반 정도는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2022년 현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70% 이상이 아파트를 선호하며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고, 실제 거주 비율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주된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아파트에 대한 풍수 연구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본 논문은 바람직한 아파트 풍수의 환경적, 외부적, 내부적 요인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론적 자원은 Joey Yap의 아파트 풍수론을 채택하였다. 조이얩(Joey Yap)은 고전 풍수론을 현대화시킨 중국 화교 학자이다. 그의 아파트 풍수론(風水論)은 아파트의 위치 선정, 세대 선택, 인테리어 분석, 살기(煞氣, ShaQi)에 대한 비보(裨補)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범위는 아파트(Apartment) 용맥(龍脈), 사신사(四神砂), 조경, 정원 등 외부환경, 그리고 아파트 건물 자체의 구조와 공간배치, 내부 인테리어 까지를 포함한다. 전자는 고전적인 풍수 이론을 도시에 응용, 적용해 아파트 외부 반경 2km를 검토하는 것이며, 후자는 8 Pie Chart System과 24 Mountain Stencil System을 적용해 아파트 건물의 산성(Mountain Star)과 수성(Water Star)을 평가하고 아파트 호수(Unit) 내부구조에 대해 『동서사택론(東西四宅論)』을 적용해 길흉(吉凶)을 판단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파트 외부 풍수 평가를 위해서는 외부환경, 건물 선택, 주 출입구, 단위세대를 선택하였고, 아파트 내부 공간배치 평가를 위해서는 개인 괘(卦)에 따른 공간배치, 주문, 주방, 침실, 발코니를 선택하였다. 분석사례로는 강동구 둔촌지구(12,032세대), 은평구 수색지구 (16,601세대), 서초구 반포지구(15,481세대)를 선정하여다. 이 3개 아파트 단지들 모두 적정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물길은 한강을 만나고, 서울의 동쪽(성내천), 서쪽(불광천), 남쪽(반포천)에 각각 위치함으로써 서울의 아파트 단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사례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세 아파트 단지 모두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산의 위치나 물의 흐름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산[山]과 물[水]이 잘 배치되어 음양(陰陽)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별로 주변에 전선 철탑 등 인공형상이 존재하긴 하지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지 않아 흉(凶)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본 연구에서 선택한 아파트 단지의 세 개의 건물 모두 필로티(Piloti) 구조와 실종구역(Missing Sector)이 있어 아쉬움이 있지만 조이얩(Joey Yap) 풍수 이론에 따르면 각 세대별 주문, 주방, 침실, 발코니의 배치가 길(吉)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인구 집중화 현상으로 주거 형태가 고층 및 초고층 아파트로 변화하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풍수적(風水的) 관심은 약화 되었다. 국토 면적 대비 인구밀도의 과잉과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나타나는 현상에서 한국적 주거문화 양식으로 아파트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나 그러한 중요성에 비해 학문적(學問的) 성과는 너무도 부진하다. 본 연구는 한국의 주거 양식으로서 대세인 아파트의 중요성에 착안하여 아파트 구조와 공간배치에 대한 풍수론(風水論)을 연구하고 분석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아파트 풍수 분석을 위한 이론적 도구들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서 최초로 분석한 아파트 풍수 분석인 본 연구가 아파트 분석 도구의 지침서(指針書)로 활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