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안[廸安] 중편소설 《리리(莉莉)》는 의인화한 수법으로 창작한 동화 이야기로서, 일종의 성장 소설에 속한다. 작품의 주인공인 암사자 리리는 벌판에서 태어나 젖먹이 때 어미를 죽인 사냥꾼에 의해 자랐고, 사자와 사냥꾼, 개로 이루어진 특별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따뜻함을 받으며 자신의 야생성과 원한을 잊어간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야생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힘든 시기를 겪고, 만남과 헤어짐, 얻음과 잃음, 미련과 배신 속에서 세상을 독립적으로 직면하며 자기 삶을 책임질 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리리는 마침내 청춘(靑春)의 감상(感傷)과 풋풋함을 벗고 한없이 성숙하고 강해진다.
80년대 이후의 '신세대' 작가를 대표하는 이 가운데 하나로서 디안의 이 작품은 전통적인 현실주의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우화의 수법을 통해 작가는 리리를 한 여성이 아기로부터 소녀, 젊은 부인으로부터 어머니에 이르는 한평생 동안의 성장 과정을 서술했다. 그 속에는 일종의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어른이 되어 야생으로 떠도는 고독, 그리고 나이 든 세상사를 모두 겪은 후의 처량함 등이 충분하게 표현되어 있다. 모든 인물은 모녀와 부녀, 남매, 남녀 사이의 사랑을 포함한 '사랑'의 화신이지만, 한이 거의 없고, 이야기 뒤에 숨겨진 작가의 생각도 단순하고 이상적이다. 《리리》에 나오는 모든 인물의 사랑과 상호용서가 사실은 모두 이렇게 큰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무력함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것은 조건 없이 절대적인 자세로 나타나 모든 희비극의 시작이자 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