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등 지능정보기술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이하, SW)는 이진 데이터를 처리하는 전자적 기계가 특정한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코드명령어의 집합을 말한다.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융합하는 역량은 SW를 만들 수 있는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SW는 데이터를 다른 분야 혹은 기술과의 융합을 촉진하는 새로운 생산요소로써 인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SW 중심의 수도권과 제조업 중심의 비수도권 간 지리적 분업구조가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비수도권에서 SW융합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지방의 SW산업을 육성하려는 여러 정책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SW산업의 지역불균형 해소는 요원하다. SW산업 법인 종사자 수의 수도권 비중은 2010년 90.4%에서 2020년 88.2%로 2.2%p 감소해, SW산업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SW산업이 노동이동과 지식확산 등 지역화경제가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SW는 고정비용은 크지만 한계비용은 작고, 비경합성과 배제불가능성을 가진 정보재다. 한편, SW개발자는 이직을 통해 자신의 기술력을 숙련하고 임금을 통해 평가받는다. 두 특징은 SW기업이 기술을 내재화하거나 SW개발자를 숙련하기 어렵게 만들며, SW기업은 좋은 SW개발자를 구인하기 위해서 집적지에 입지할 수밖에 없다.
인재영입 경쟁으로 SW개발자 임금이 상승하면서, SW산업의 수도권 쏠림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SW개발자는 집적지에서의 잦은 이직을 통해 인적자본을 형성하면서 임금을 빠르게 높인다. 한편, 인적자본의 수준이 높고 첨단기술산업이 집중된 지역은 임금불균형이 크며, 지역간 임금격차는 인적자본의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즉, SW산업의 집적에 의한 지역간 임금격차는 SW개발자의 노동이동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SW산업의 집적으로 이어지며 임금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SW산업의 집적과 노동이동 및 지식확산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누적적 인과 과정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 연구에서는 두 가지 연구질문을 가정하였다. 첫째, SW산업의 지역간 임금격차는 노동이동과 지식확산에 영향을 미치는가? 둘째, 노동유입과 지식흡수는 1인당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가? 지역간 임금격차는 상용근로자 1인당 급여총액의 도착지와 출발지 간 차이로, 노동이동은 SW개발자의 경력직 이직으로, 지식확산은 SW특허 피인용으로 조작적으로 정의한 후 두 가지의 실증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이때, 노동유입을 다른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노동이동의 합, 지식흡수를 다른 지역으로부터 흡수되는 지식확산의 합으로 명명한 후 변수로 반영하였다.
실증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2020년 지역간 임금격차는 노동유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즉, 도착지가 출발지보다 임금이 크면, 도착지로의 노동이동은 감소한다. 높은 인적자본 수준을 가진 지역에서 요구하는 경력이나 숙련도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며, SW개발자 인적자본에 대한 지역간 이질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둘째, 2020년 노동유입은 임금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다른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SW개발자가 대체재 특징을 가짐을 의미한다.
두 결과를 종합하면 임금이 높은 지역은 낮은 지역으로부터 노동유입이 감소해, 노동유입에 의해 임금이 낮아지는 부정적 효과가 감소한다. 즉, 임금이 높은 지역은 낮은 지역으로부터 노동이동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 실증분석의 결과를 De Groot, H. L. et al(2009)의 모형에 적용해 해석한다면, 노동유입에 따른 임금감소분이 더 적어지면서 지역간 임금격차가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또한 노동유입에 의해 고용이 증가하면서 지역화경제가 나타날 경우, 지역간 임금격차와 노동이동간 누적적인과 과정에 의해 지역간 불균형은 커질 수 있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 결과는 노동이동에 의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SW산업의 지역불균형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세 가지의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첫째,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SW개발자의 인적 자본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 SW개발자가 이직이 가능한 노동시장 규모를 제공함으로써 SW개발자의 임금을 높이고, SW기업의 입지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비수도권에서 SW기업의 수를 양적으로만 늘리는 정책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SW개발자가 인적자본을 축적하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비수도권의 SW기업 수를 늘리는 정책은 수도권 쏠림을 더 높일 수 있다. 셋째, 도심융합특구 등 지방광역시 도심에 혁신거점 조성이 필요하다. SW개발자는 양호한 정주환경을 가진 대도시나 R&D기업이 입지한 혁신적인 지역으로 이동한다. 한편, SW특허 등 형식적 지식은 SW교원이 많은 지역에서 SW교원이 적은 지역으로 인용된다. SW개발 수요가 높은 R&D기업의 입지를 유도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지방광역시 도심의 혁신역량을 높여야 한다. 비수도권의 혁신역량을 지방광역시 도심에 집중시킨다면, SW산업의 인적자본 격차를 줄여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SW산업의 지역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