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가 '불가해한 속성'이라고 규정지은 생명이라는 주제는 오늘날, 주로 생물학과 유전공학의 분야에서 접근된다. 더 이상 생명 현상은 그 자체의 숭고함과 경이로움이 아니라 거대 자본의 실험실을 통해 영리의 목적에 의해 연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자는 생명의 숭고함과 소중함을 개인적 사건을 통해 체득하고 연속되는 사유의 결과로 〈생명 공간〉 연작을 제작하고 있다.
생명 공간 작업에는 생명력이 시간의 흐름을 넘어 순환한다고 보는 연구자의 사유가 배경이 된다. 그러한 사유의 논리성을 입증하기 위해 본 논문에서는 다각도로 '생명 순환'과 '생명', 그리고 '생명 공간'에 대한 기존 이론가들의 연구 과정을 탐색하게 된다. 동서양은 오랜 기간 동안 생명에 대해 각자의 논리와 상상, 그리고 종교 차원의 사유 체계를 갖추고 발전해왔다. 연구 작품을 해석하기 위한 첫 순서로, 연구자는 역사적인 생명에 대한 사유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였다. 특별히, 노자(老子)의 생명 순환론, 윤회론적 세계관, 근대 이후 서구에서 시작된 생명철학을 연구함으로써, 연구 작품에서 주장하는 '생명'의 순환, 역동성, 힘 등에 대해 고찰한다.
생명 공간 작업은 생명 잉태의 주체인 여성의 몸, 즉 모체의 은유이다. 순환하는 생명이 몸의 물질을 통해 진정한 생명체로 거듭나는 과정이 있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공간으로서의 모체에 주목한다. 여성의 몸에 대해 그 생산 기능을 받아들이고 옹호하는 페미니즘 이론을 연구함으로써, 생명 공간의 작품이 갖는 특징들을 분석할 수 있었다. 연구자는 뤼스 이리가라이(Luce Irigaray, 1930~ )와 쥴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1941~ )를 통해 몸을 들여다보게 된 계기를 찾았다. 또한 연구 작품 주제인 〈생명 공간〉을 개념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플라톤(Plato, BC. 427 ~ BC. 347)의 코라(Chora) 개념을 통해 그 수용성과 역동성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 〈생명 공간〉이라는 다소 생소한 은유를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abject)개념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생명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조형성 등에 대해서도 이론적 토대를 찾고자 하였다.
연구자의 작품을 분석하기 위해 형식적 유사성과 내용의 유사성을 각각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와 니키드 생팔(Niki de Saint-Phalle, 1930~2002)의 작품들에서 찾았다. 두 작가의 작품들에서 각각 생명 현상, 그리고 생명 공간을 은유하는 여성에 대한 예술적 표현양식 사례를 발견하였다. 생물 형태적 이미지를 최초로 예술 안에 도입하기를 시도한 바이오모픽(Biophorphic) 아트와 함께 여성의 몸을 대상화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시작한 페미니즘 미술도 함께 고찰한다.
연구자의 작품들은 몸, 불안, 일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연구자 주변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가 사적인 경험을 계기삼아 생명 순환과 생명 공간이라는 주제로 전이된다. 주제가 변경되고 은유의 형식을 사용함으로써 과거 대상의 재현에 치중하였던 작품들은 실험 과정을 수반하여 색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변화된다. 내적 갈등과 사유를 통해 생명 공간이라는 연구 작품의 주제로 변이되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생명 공간의 작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전개 양상을 함께 설명하였다. 특히, 〈생명 공간〉 작품들에서의 형식적인 특징을 조형성과 은유, 반재현과 추상성, 의도와 비의도가 혼재된 양상임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