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도는 존사(存思)와 내단(內丹)이라는 두 가지 수련방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신체도면(身體圖面)이다. 수진도의 연원을 살펴보면 위진남북조시대에 상청파(上淸派) 수련법인 존사기법(存思技法)이 『대동진경』속에 그림으로 존재하고, 당말오대 종려파(鍾呂派) 수련법인 내단기법(內丹技法)은 『종려전도집』에 문헌으로 존재한다. 이후 19c 청조말(淸朝末), 종려파 계통의 수련자들은 수진도의 도상을 제작하며 인체를 머리(상단전)·가슴(중단전)·하복부(하단전)로 표현하고 양다리를 교차시켜 결가부좌(結跏趺坐)한 수행자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도식화하여 비문(碑文)에 기록하여 표현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존사와 내단이라는 기운의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수진도의 도상을 분석하였다. 상청파 수련자들이 행하는 존사기법의 체내신 이동 경로는 종려파 수련자들의 시대에 와서, 내단 호흡수행은 체내신 존사 경로의 변용이라는 단초를 제공하였고 내단기법을 형성하는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더불어 상청파 존사기법을 내림공부로 바라보고, 종려파 내단기법을 올림공부로 바라보며, 존사와 내단 수련법이 기운 이동경로의 측면에서 동일 선상에 공존하고 있음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관점에서 수진도를 고찰하고 분석하며 재해석하였다.
첫째, 상청파 계통의 경전인 『대동진경』, 『황정경』, 『등진은결』과 종려파 계통의 『종려전도집』과 『영보필법』을 중점적으로 수진도 분석의 이론적 배경으로 재해석하였다. 『대동진경』은 제39장경으로 구성되어 있고, 체내신들은 인체내의 39개 특정 부위에서 수호신(守護神)의 역할을 주재한다. 『황정경』은 3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체내신들이 인체 내에서 간·심· 비·폐·신·담의 오장육부 기관에서 주신(主神)의 역할을 주재하며, 『등진은결』은 상·중·하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진(九眞)이라는 신선들이 기항부인 두정부의 니환궁에서 거주하며 인체의 중추적(中樞的)인 역할을 주재한다. 『종려전도집』은 18론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보필법』은 상·하권 제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려(尾閭), 협척(夾脊), 옥침(玉枕)의 삼관(三關)과 상단전·중단전·하단전의 삼전(三田)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내단기법 수련에서 일어나는 인체 내부 기운의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상청파 수련자들의 존사기법 수행을 살펴보면, 『대동진경』에서는 존사기법을 수행할 때 침을 삼키는 것을 인진(咽津)이라 하고, 진액(津液)은 체내신으로 변용되며 니환, 강궁, 신장, 미려, 협척, 옥침 등의 존사 경로를 통해 인체(人體) 내 각 부위에 수호신으로 안착하며 거주하였다. 『황정경』과 『등진은결』에서는 체내신의 이름만 언급하며 존사 이동 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종려파의 『종려전도집』과 『영보필법』에서는 『대동진경』에서 제시하는 진액이 옥액이나 금액으로 변용되어 용호교구(龍虎交媾)로 옥액환단(玉液還丹)과 금액환단(金液還丹)을 이루며 단(丹)이 완성되어 주후비금정(肘後飛金晶)으로 미려관, 협척관, 옥침관이라는 삼관의 내단 이동 경로를 통하여 임독맥으로 순환한다고 보았다. 이는 종려파의 내단기법에서 상청파가 제시하는 체내신은 사라지고, 호흡을 통한 기운으로 변용되어 내단 수련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동진경』 제4장 경문에서 신선이 단(丹)으로 변용된다고 제시하고 있고 종려파 『종려전도집』「논내관」에서는 상청파의 존사 개념을 내관, 좌망, 존상이라는 개념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제시하였다.
셋째, 수진도는 삼전과 삼관을 통한 임독맥을 제시하고 있는데 종려파와 상청파의 경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종려파의 수련자들은 내단기법으로 호흡의 이동을 삼관과 삼전의 임독맥 경로로 유통하며, 상청파 수련자들의 존사기법은 대부분의 체내신을 임독맥의 경로를 통해 순환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는 존사기법과 내단기법이 기운의 이동 경로라는 측면에서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수진도에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이 연구는 체내신의 존사와 내단 호흡이라는 이 두 가지 기운의 흐름 경로가 수진도에 반영되어 있어 상청파 내림공부의 존사기법과 종려파 올림공부의 내단기법이 상호 동일선상에 있는 수련 방법임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존사와 내단의 경로라는 관점에서 수진도와 관련된 연구뿐만 아니라 상청파의 존사 수련과 종려파의 내단 수련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