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존재와 무』에서 논의된 주체와 타자에 대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관점을 박해영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등장인물에 적용하여, 그의 사상이 어떻게 현상학적으로 구체화되고 실현되는지 살펴보았다.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표어처럼,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등장하는 두 주인공, 박동훈과 이지안은 자신의 실존이 존재에 의해 망각된 경우를 잘 보여준다. 또한 자신이 겪고 있는 특정한 상황과 사건을 마치 필연으로 의식함으로써, 지금 이 곳의 실존을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짊어진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켰다. 드라마에서 두 사람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상처 받은 타자'이자 그 안에 '은폐된 타자'로 등장한다. 상처받고 은폐된 타자는 늘 불안하다. 드라마의 인물들이 겪고 있는 사건들은 그들을 즉자로 전락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그런 그들이 불안 속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사건과 상황을 반성적으로 의식하는 대자로 나아가야만 한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안에 담긴 문제의식으로서의 주체와 타자의 현상학적 관계이론은 대자존재와 대타존재의 존재론적 해명을 바탕으로 대자존재로서의 인간이 의식을 통해 자기 자신과 더불어 타자와 관계한다는 사실과, 이 관계가 시선을 매개로 자기초월과 자기기만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사상은 관계에 대한 현상학적 해명에 머물러 있을 뿐, 배려와 환대의 관계로의 변화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지옥으로 설정하지만, 그 관계 이면에 남아있는 배려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변화의 서사를 잘 보여준다. 본 논문은 사르트르의 존재론적 문제의식과 이를 해명하기 위한 현상학적 관계이론을 조금 더 발전시켜 오늘날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발생하고 있는 관계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사르트르의 주체와 타자의 관계이론, 즉 대자와 즉자, 대자와 대타, 타인의 시선과 이에 놀란 수치심 그리고 자유와 책임 및 자유라는 형벌로부터 도피하는 자기기만의 현상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에게 세세하게 적용해봄으로써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이 드라마를 이해하는 사상적 토대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