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도시재생에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 국내·외 도시재생의 현황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의 논의 현상을 파악하면서 사회적 가치의 개념을 규명하고 그 실효성을 검증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사회적 가치의 정의를 위한 방법론으로 '사회적' 인 것은 사회적 행위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사회적 사실이 발현되면서 사회적 삶의 결과물을 낳는다는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의 논의에 기대었다. '가치' 는 마릴린 스트래던(Marilyn Strathern)과 낸시 문(Nancy Munn)의 논의를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를 창조하는 사람의 신념의 행위' 라는 가치 지향의 개념으로 정의되었다. '사회적' 과 '가치' 의 개념 위에 새롭게 내린 '사회적 가치' 는 상호관계를 창조하는 사람(주민)의 행위에 기반한 신념의 표출로써 공공성, 인본주의, 그리고 생태주의를 지향하며 공유된 목표를 향해서 펼치는 행동의 과정으로 정의 내렸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개념은 사람, 사업 그리고 장소에 따라서 차별화된 특징이 요구되며 지역사회와 이해관계 행위자들이 참여하여 장소의 성격을 바꾸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삶의 질을 고양하는 목표를 지닌다. 유엔 해비타트 전략에 따르면, "도시는 모두를 위한 도시이어야 하며, 도시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제공하는 도시이어야 한다" 고 한다.
이 모든 것을 국내 도시재생의 현황과 비교해보면, 물리적 환경개선 관련 부분은 충실하게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하는 포용적 도시를 위한 '사회적 가치' 기반의 회복력(resilience) 있는 사회적 환경에 관한 반영이 절실하게 미흡하기에 사회적 가치의 실천적 논의는 지속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그 이유로는 국내의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은 아직도 물리적, 경제적 가치에 치우쳐 있으며, 사회적 가치의 논의가 기업과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경향으로 보는 견해에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물리적·환경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문화적 측면, 그리고 거버넌스 측면의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접근방법' 이 고려되어야 한다.
도시재생과 도시재생사업은 대상지의 물리적·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만 치우치지 말고 사회적 가치의 실천적 논의를 통한 사회적 책임을 함께 풀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의 의미와 동등하다. 그러므로 사회적 책임의 이행 주체가 더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만의 일이 아니듯이, 사회적 가치의 이행 주체 역시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검증하기 위해서 본 연구에서는 보스턴시의 South End 지역의 도시재생 과정을 사례로 분석하였다. 보스턴시는 1950~1957년 사이에 대상지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 없이 두 차례의 일방적, 물리적인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강제철거로 지역인들이 타지로 떠나면서 지역의 공동체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고, 새롭게 진행하는 사업들로 도시와 지역의 활성화를 꿈꾸었던 정부도 도심 공동화를 겪으며 물리적 재생의 한계를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역인들은 정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주민 스스로 지역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공동체를 강화하고 자립적으로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South End 지역은 오늘날 보스턴시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보스턴시 역시 이전의 실패를 경험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추진하는 도시재생의 의미를 깨닫고 정부의 독단적인 사업추진보다는 민간기업과 협력하거나, 때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현재도 실천하고 있다. 이렇듯 보스턴시의 도시재생사업의 추진방향 전환은 큰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의 실천에 있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자본의 구성요소인 신뢰, 연대, 참여, 규범, 네트워크와 행위자 간의 강한 결합 속에서 그 가치가 발한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의 문화적 특징인 협력과 협동을 촉진시키는 연결망이라고도 한다. 이는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 도시재생의 참여 주체인 주민과 사업 주체 간의 상호호혜적 노력이 기본이 되어야 사회적 가치의 실천이 발한다는 의미이다.
도시재생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또 다른 대안적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활용이다. 존 카니아와 마크 크레이머(J. Kania and M. Kramer)는 집합적 임팩트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최초 제시했다. 이것은 특별한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사회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서로 협력하면, 이는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솔루션이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집합적 임팩트는 사회적 형평성에 맥락을 두면서 문제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공동체가 집합적 임팩트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 다른 사회적 가치의 실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의 진행이다. 문화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문화를 예술의 범주로 활용하면 문화·예술 자체는 교육과 창의성을 통해 인간의 삶에 변화를 제공하고, 지역의 문화는 고유한 정체성을 구축하므로 사회적 가치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것의 예시로 제안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연계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문화도시' 프로젝트의 활용이다. 문화도시 사업은 문화를 통한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모두 내포하고 있는 큰 규모의 도시기반 프로젝트이다. 이는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고양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만이 지닌 문화적 정체성을 통한 다양한 정책과 계획이 수립된다. 특히, 이를 통해 지역인의 삶의 질에 미치는 요소들이 최종 평가항목에 적용되므로 이를 위해 더욱 구체적인 사회적 가치의 실천방향 모색이 논의된다.
이처럼 도시재생에서 사회적 가치의 실천을 통한 실현은 사회적 자본의 활용, 집합적 임팩트의 조직 그리고 문화의 적극적 활용이다. 이 모든 논의를 종합해보면 국내의 도시재생과 도시재생사업에서는 사회적 가치 실천을 위한 사회적 자본의 생태계 구축 안에서 사회경제적 안정성, 사회적 포용성, 사회적 역능성의 고양을 통해 우리만의 고유한 실천적 정체성을 찾게 될 것이다.
끝으로 본 연구가 개념화한 사회적 가치의 지향적 정의와 사회적 자본의 실천적 요소의 특성과 집합적 임팩트의 활용이 도시재생사업에서 수렴할 수 있기를 바라며, 도시재생에서 사회적 가치의 실천이 지닌 의미를 여러 가지 측면으로 연구한 것이 유의미한 가치로 참고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