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현대자동차는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와 협력해 1974년 만들어진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고 공개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포니의 디자이너, '포니 쿠페 콘셉트'는 포니와 함께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던 한국 최초 자동차 고유모델이자 컨셉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첫 고유모델인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는 전동화 및 모빌리티 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앞둔 현대자동차에 커다란 정신적, 경험적 유산"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포니는 현대자동차에 고유한 업적을 만들고 그 계승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는 2022년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를 공개한 바 있으며, 2021년부터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 역시 포니를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되었다.
"사건이 시간을 창조한다"는 관점으로 보았을 때, 포니의 시간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포니는 한 기업의 유산을 넘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유모델로 개발되고 수출된 모델로서 국가적 기록을 남긴 후 국민들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포니가 등장한 후 국내에 다양한 자동차 문화가 형성되고 드러났으며, 이는 오늘날의 자동차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일정 부분 잔존하고 있다. 이는 모두 자동차의 생산자뿐 아니라 수요자와 관계되는 특징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포니에 대한 연구는 주로 개발 과정에 주목하여 생산 주체 위주로 이루어졌다. 또한, 국내 자동차 디자인사 연구나 국내 자동차 문화 연구에서도 포니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포니 개발 후 약 50년이 지난 지금, 포니를 재조명하는 이유다.
본 연구는 현대자동차 포니를 중심으로, 포니 생산 시기에 형성된 1980년대 전후의 국내 자동차 문화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자동차 문화를 자동차가 인식되고, 이해되고, 소비되며 대중과 관계를 맺는 틀로 정의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포니를 비롯해 자동차를 다루는 신문 기사, 연구보고서, 국가기록, 문학 작품 등이 포괄적으로 활용되었다.
연구에서는 우선 포니가 등장한 배경을 정책적 맥락, 생산과 소비의 맥락, 토대와 환경의 맥락에서 다루었다. 등장 배경을 살펴보았을 때, 포니는 단순히 정부 정책의 결과나 기업의 성과가 아니었다.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자동차 교통망이 활발히 구축되는 등 다층적인 측면에서 소형차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포니가 어떤 요구에 반응해 등장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포니를 다루는 목차에서는 생산 과정, 디자인, 판매의 측면에서 포니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여기에서는 포니의 전반적인 개발 및 디자인 과정을 통해 포니의 특징들을 밝히고자 했으며, 포니가 출시된 후에는 어떤 성과를 남기며 유통되었는지 살펴보았다.
포니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포니 생산 시기 특징적 국내 자동차 문화를 도출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차' 개념이 형성되었다. 국민차는 처음에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를 의미하며 포니를 수식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국민차는 우리나라의 힘으로 개발했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타는 베스트셀러 자동차를 뜻한다.
둘째, 자동차 수출국의 입지가 구축되었다. 포니는 1976년 첫 수출에 성공한 뒤 점차 수출량을 높이고 수출 지역을 넓혔다. 그런데 이 시기는 수출과 경제부흥의 이데올로기가 국민의 삶에 스며들어 강한 영향을 발휘하던 시기다. 포니의 수출은 포니의 홍보에 활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을 고양하는 효과를 파생시켰다.
셋째, 마이카 개념이 태동했다. 포니의 생산 시기에는 점진적으로 자동차 소유층이 확대되고 있었다. 포니 광고를 비롯한 각종 매체는 마이카 시대의 도래를 보여주었으며, 자가용 소유주가 늘어날수록 사회에는 마이카를 향한 관심과 욕망이 확산되었다.
넷째, 여가 문화가 확장되었다. 포니가 등장한 1970년대는 전국에 고속도로가 건설된 시기로서, 레저와 바캉스 문화가 활발하게 나타났다. 포니의 광고는 여행을 떠난 가족의 모습을 그리며, 자가용이 가져온 여가 문화의 풍경을 제시했다.
다섯째, 자동차 취향이 혼재했다. 승용차에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은 자가용을 선택하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았다. 1975년부터 1985년 사이 포니 광고의 내용에 다소 산만한 소구점이 나타났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현대자동차 포니는 우리나라 고유의 자동차 문화가 형성되는 시기에 출현하여 그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 논문은 포니의 등장 배경을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하고, 포니 생산 시기의 자동차 문화를 정리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 규명한 다섯 가지 자동차 문화는 출현 배경이나 성격에 따라 특정 시기에만 두드러졌거나, 조금씩 변화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자동차가 한 사회와 시대를 투영하면서, 문화를 조금씩 형성하고 축적하는 매개로서의 디자인 산물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