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예가들은 예술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오늘날, 작품세계를 도자 용기의 형태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도자 용기는 새로운 의미를 끊임없이 부여받고 진화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미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편 인간의 몸 역시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소재로써 미술에서 수없이 재생산되어왔다. 과거에는 인체의 이상적인 미가 주된 관심사였지만, 현재에 이르러서 몸에 관한 사회·문화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현대미술에서 다의적인 형태로 발전한 도자 용기와 인간의 몸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앞서 간략히 설명한 동시대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도자 용기와 인간의 몸을 재해석하여 또 다른 도자 조형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도자 용기의 동시대적 특성을 도자 용기가 기능적·비기능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는 성질에서 찾아보았다. 도자용기는 우리 일상에 필요한 기능과 하나의 상징물로써 다양한 표현의 수단이 되는 두 가지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는 도자 용기를 더 자유롭고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다음으로 인간의 몸이 미술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의미가 변화하였는지 알아보았다. 고대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몸이 미술 작품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으며, 어떤 시대상을 내포하고 있었는지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몸은 이상적인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미를 지닌 주체로써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시대의 흐름속에서 몸의 표현은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통로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자는 선행연구와 함께 도자 용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도자 용기에 몸의 의미를 담은 도예 작가 4명을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도자 용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김명진, 무형의 감정과 시간의 의미를 담는 크리스티나 리스카(Kristina Riska), 과거의 전통기법을 재해석하여 이질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쿠와타 타쿠로(桑田卓郎), 몸의 은유를 통해 잠재된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크리스 거스틴(Chris Gustin)을 중심으로 사례 작가의 작품과 연구 작품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자의 도자 조형 작품을 제작의도, 제작 과정, 내용 등으로 설명하였다. 연구자의 작품은 이론적 배경의 공통된 주제인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의 크기, 모양, 색을 모두 달리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된 도자 용기는 우리 주변의 몸들이 분해되고 중첩되어 탄생한 또 하나의 몸으로써, 다양한 몸을 대변하고 여러 생각과 표현, 제스처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