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착취'에 대한 논의와 관련하여 영화 미장센의 여성혐오적 문법을 지적하기 위한 필요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영화 속 가부장제의 재현을 언급하는 시네 페미니즘의 흐름 속에서, 시각화된 여성의 왜곡된 재현을 담당하는 미장센의 문제가 드러난다. 성착취 구조를 강화하는 영화의 시각 재료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관습적인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고발하는 데에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논문에서는 미장센과 성착취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하여 미장센 및 성착취의 개념과 영화 속 성적 대상화에 대한 선행 연구를 살펴보았다. 미장센의 개념과 함께 영화 속 시각 재료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에 필요한 미장센의 구성요소를 검토하였으며, 성노동론과 래디컬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바라본 성착취의 개념을 정리하였다. 사례 분석은 이론적 배경에서 정리한 광의의 성착취 개념을 바탕으로 접근하였으며, 여성 주인공이 성착취의 직접적 피해자로 등장하는 장편 극영화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사례 분석을 통하여 〈말레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도그빌〉에 드러난 성착취 재현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영화 미장센이 성착취를 재현하는 방식과 미장센의 여성혐오적 의미작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말레나〉는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을 재현하기 위하여 여성 주인공 말레나를 남성적 시선으로 응시하는 미장센을 사용한다.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훼손되는 피착취자의 신체가 강조되며, 성착취를 재현하는 장면에서는 외설적 묘사를 위한 미장센이 사용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카메라의 남성적 시선이 〈말레나〉와 비교하여 뚜렷하지 않으나, 다수의 남성 인물에 의하여 성착취의 대상이 되는 여성 주인공의 지위를 재현하는 미장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비정상성과 수동성으로 마츠코를 형상화하는 미장센은 성착취 구조 속 왜곡된 여성상을 재생산한다. 〈도그빌〉에서는 상징물을 활용한 투영적 미장센을 사용하여 비교적 비착취적인 방식으로 성착취 구조를 재현하지만, 그레이스를 둘러싼 성착취 사건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사용된 미장센의 경우 여성 인물과 배우를 구속한다는 점에서 성착취의 재현 및 재생산의 효과를 낳는다. 또한 사례 분석의 세작품 모두 착취자에 대한 묘사에 비하여 피착취자의 시각화에 집중하는 공통점이 발견되며, 닫힌 프레임 또는 착취적 구도 등 성착취 구조를 재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미장센의 대표적인 사례를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사회 문제를 담은 영화의 긍정적 효과는 구조를 재현하고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의 사회적 역할에 있으나, 영화 속에서 재현되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 장면이 남성 권력의 문제를 드러내기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에도 미장센의 젠더화는 이루어진다. 영화는 이데올로기가 왜곡하는 현실을 재현하며 영화의 미장센은 가부장제 사회를 반영하는 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착취 구조 속 여성 또는 여성성의 재현과 영화 속 성착취의 재생산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는 본 연구의 관점은 미장센의 여성혐오적 사용을 비판하기 위하여 시네 페미니즘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를 포함하여 숏폼 등의 새로운 영상 매체에서 발견되는 성착취 재현의 방식과 미장센 사용의 특징을 언급하지 못하여 영화 속 성착취 재현의 미장센에 대한 논의가 기타 영상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미장센을 중심으로 영화 속 성착취 재현을 분석한 본 연구의 방법이 발판이 되어 시각 중심의 문화콘텐츠 속 성착취 재현을 비판적으로 독해하는 다양한 후속 연구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