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기존의 사진사 서술에서 배제되어 왔던 평범한 사람들이 찍은 일상사진에 대한 연구이다. 이 '평범한 사진'은 버내큘러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진에서의 버내큘러는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작고 사소한, 그러나 실용적이며 대중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사진사가들과 비평가들은 사진의 발명 이후 사진술의 진보에 따라 기념비적인 순간에 남겨진 사진이나 소위 위대한 사진가들의 사진이 드러내는 예술적이고 미학적인 이미지에만 치중했다. 그들은 스냅샷이라고 불리는 버내큘러 사진이 너무 잡다하게 편재되어 있으며 평범하고 개인적이라는 이유로 가치를 절하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사적인 관점에서 버내큘러 사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사진의 역사 이래 이 사진들이 차지하는 숫자가 사진작가들의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며 뉴미디어 시대에 하나의 장르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사에서 장르는 대부분 회화의 문법을 따라 풍경, 인물, 정물 사진 정도로 나뉘거나 그 목적에 의해 보도사진, 광고사진, 예술사진 등으로 구분되었다. 그러나 미디어적인 관점에서의 장르구분은 장르가 어떤 형식을 띠고 있는지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것이 하나의 소통 형식으로서 어떻게 연결되고 기능하며 무엇을 생성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기존의 예술미학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버내큘러 사진이 하나의 매체로서 당대의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 맥락과 함의를 살펴보고자 했다.
버내큘러 사진은 특정한 사진가가 찍은 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 혹은 보도 사진이나 광고사진 등과 같은 전문 사진가들이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찍은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사진이다. 즉 사진이 그 이미지로서 자율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할 목적의 사진이 아닌 사진들이다. 거기에는 과학, 법, 의료 등과 같은 정보제공의 측면에서 제작된 사진도 포함되지만 대부분 이름 없는 사람들이 찍었거나 혹은 평범한 대중이 소유하고 있는 사진을 말한다. 이 연구에서는 사진사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찍었거나 소유했던 가족사진과 여행사진, 또 망자를 애도하는 추모사진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루었다. 또한 거리사진은 당대의 시각문화와 함께 대중들의 삶과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개인적인 동기와 목적에 의해 찍은 것이지만 그것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맥락을 반영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하나의 대중의 실천적인 움직임을 견인하기도 한다.
사진이 이미지로서 인식될 뿐만 아니라 영혼이 깃든 하나의 물질로 인식되거나, 매우 진부한 형식이 반복되는 현상은 버내큘러 사진이 예술사진과 구분되는 특징적인 요소이다. 또한 사진과 관계있는 사람들끼리 사진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고 후대까지 전하는 행위 역시 버내큘러 사진만의 독특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과정에서 사진을 통해 교감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유지하는 사회적 행위들이 수반되며 이는 특히 최근의 디지털 모바일 환경에서 더욱 팽창된다. 이제 대중들이 사진을 찍는 행위는 더 이상 기억하기 위함이거나 피사체를 소유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다. 디지털 버내큘러 사진은 마치 의례를 행하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사진을 찍고, 게시를 통해 공유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등 모든 일련의 행위의 총체이다. 최근의 디지털 버내큘러 사진은 과거에 사진이 사적인 영역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향과는 달리 '플랫폼을 통한 공유와 소통'이라는 행위를 반드시 담보하고 있다. 즉 사진이 단독적인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의 과정에서 덧씌워지는 소통의 흔적들과 시공간에 대한 기록이 모두 포함되어 하나의 콘텐츠로 작동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렇게 달라진 사진문화의 패러다임 안에서 버내큘러 사진이 존재하는 방식과 함께 사진 행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이로써 뉴미디어 시대에 새로운 장르로서 사진의 의미를 찾고 특히 사진을 통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쉽게 찍히고 또 폐기되면서 사진의 이미지적 가치가 사라져 버린 상황을 맞이한 현재, 일상사진의 가치에 대해 재고하고 이를 사회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맥락과 함께 이해하는 것이 본 연구의 의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