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미 준(高見順, 1907-1965, 이하 다카미)은 쇼와 초기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쇠퇴하고 등장한 일본 현대 순문학(純文學)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 작가이다. 사상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순수 예술을 향유하는 문학가로서의 사명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은 일본의 현대문학 연구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에서는 다카미가 '무뢰파(無賴派)'작가 로 성급하게 일반화되어 있는 현재의 연구 상황에 다소의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에 본인의 연구를 통해 그가 구가했던 사조는 '전향문학가' 에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일본 쇼와 초기 활약했던 다카미의 문학세계를 발굴함을 목적으로 그의 첫 작품인 『옛 벗을 어찌 잊으리오(故旧忘れ得べき)』 (1935)에 나타난 '전향문학' 적 요소들을 고찰하였다.
본 고는 본 작품이 다카미가 전향을 택한 후 집필한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작품의 표면적·구조적 분석뿐만 아니라 소설 속 요소들의 내면적·기능적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해 보았다. 또한 그가 본인의 예술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담은 평론 「문학비력설(文學非力說)」 (1941) 속의 일부분을 분석하여 본 작품의 해석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을 발췌하여 연구해 보았다. 그 결과 다카미는 인간을 소재로 순수한 문학을 추구한 문학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본고에서 다루는 『옛 벗을 어찌 잊으리오』 의 분석 역시 작품 속에서 사회 비판을 향한 작가의 숨겨진 의도 등을 파헤치기 보다는 '순수 문학적' 해석방법론에 입각하여야 옳을 것이라는 결론에 달하였다.
순수 문학가로서의 다카미의 예술 세계를 조명함으로서 쇼와 초기를 살아갔던 한 문학가의 시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펼쳐진 쇼와의 시대상은 어떠하였는지, 더 나아가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내면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 등은 본 작품이 '순문학' 으로서 가지는 연구사적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