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세기 현대 중문 소설이 한국내에서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밝히고, 그것이 한국의 현대 정치, 문화, 사회 변혁과 어떤 영향 관계를 지녔는지 탐구했다. 해방 이전 한국은 모든 측면에서 일본의 통제를 받았으며, 이는 중문 소설 번역에도 영향을 미쳐, 소설의 번역량이 적었고 특정 작가의 소설만 비교적 많이 번역되었다. 해방 이후 한국과 중국은 각각 분단 상태가 되었고, 냉전 상황에서 이념적으로 대립하여 한국 내 현대 중문 소설 번역 또한 편향적인 특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70년대 말 시작된 개혁개방, 80년대 이후 냉전체제 붕괴와 한국의 민주화, 1992년 한중 국교의 정상화 등 변화로 인해 한중간 이념대립이 줄어들고 새롭고 개방적인 작품의 시대가 열렸다. 이렇듯 20세기 한국의 현대 중문 소설 번역은 많은 변곡점을 거쳐 발전해왔고, 시대에 따라 다양한 수용 양상을 보였다.
본 연구는 한국, 중국, 대만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면서, 한국의 중문 소설 번역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본 연구자는 20세기 한국에서 번역된 현대 중문 소설에 대한 선행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관련 자료를 직접 수집, 정리하였다. 정리된 자료는 년도, 원작명, 역작명, 작가, 역자, 출판 6가지 내용을 년도별로 구분하여 표로 작성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기초로 각시기별 중요한 현상과 특징, 그리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총체적인 의의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20세기 한국의 현대 중문 소설 변역 양상을 세 시기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식민기(1925-1945), 냉전기(1946-1979), 개방기(1980-2001)가 그것이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 근거하여, 제1기 '식민기'의 시작 년도를 1925년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1945년 이전, 한국 국민은 일본의 식민 통치와 언론 검열 제도로 한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고, 중국은 지속적으로 전쟁 상태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은 일제의 침략 하에 있던 중국의 문학을 번역, 소개하여 조선 청년들을 일깨우고 격려하고자 했다. 당시 열악한 출판환경 하에서, 번역된 작품들은 주로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되었는데, 그것들은 대부분 루쉰(鲁迅)의 작품이었고, 역자들은 전문 번역자가 아니라, 중국 문학 애호자나 중국에서 혁명과 문학활동을 병행하던 지식인이었다. 또한 이 시기 조선은 일본어 교육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일본어 역본을 거쳐 한국어로 번역된 '중역본'이 많았다.
제2기는 1946년부터 1979년까지를 말한다. 한국은 1945년 해방을 맞이하였지만, 좌우익의 투쟁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이는 한반도의 남북 분단을 초래했다. 1960, 70년대 한국은 경제적인 성장을 이룩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군사 독재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이념적 대립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제2기에는 대만 작가의 작품과 이념적 편향성이 강한 중국 대륙 관련 작품에 대한 번역이 주를 이루었다. 번역 작품의 수는 크게 증가했지만 주제에 있어서는 이념적인 편향성이 존재했다. 이 시기에 번역된 중문 소설은 전후 시장 불황의 영향으로 인해 '전집' 형태로 많이 출판되었다. 또한,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린위탕(林語堂) 번역과 1970년대의 루쉰 소설의 재번역은 이데올로기가 번역에 미친 깊은 영향을 잘 보여준다.
제3기인 1980년부터 2001년까지는 현대 중문 소설 번역의 개방기로,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였음 반영한다. 1987년 한국은 민주 사회로 전환되었고, 1992년에는 중국과 한국이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었으며, 이듬해 연세대학교에서 중국 도서 문화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이 시기에 창작 및 출판 환경이 크게 개선되어, 번역된 현대 중문 소설의 수가 이전 두 시기의 합을 초과한 422종에 이렀다. 주제에 있어서도 이념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대륙 작가와 홍콩, 대만 작가의 다양한 소설들이 번역되었다. 특히 이 시기의 번역은 대만의 대중문학번역과 대륙의 순수문학 번역의 경향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대중 매체의 발전으로 인해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력이 소설 번역 출판에도 나타났고, 전문 중문소설 번역가들의 등장은 중문 소설 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입증하였다. 또한 2000년대 이후로는 일부 삽화 소설과 웹 소설도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위와 같이 본 연구에서는 20세기 한국의 현대 중국 소설 번역이 한국의 정치, 사화, 문화적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명확히 밝혀내고자 했다. 본 연구는 20세기 초반부터 해방 이전까지를 혁명 담론과 관련된 번역으로, 해방 이후부터 70년대 말까지를 냉전적 이념의 편향성이 짙은 번역으로 그리고 80년대부터 2000년대 직전까지를 이념에서 벗어난 다양하고 풍부한 번역으로 개괄하여, 그 특징을 다각적으로 고찰하였다. 본 연구는 통시적인 관점에서 20세기 한국의 현대 중문 소설 번역 활동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역사성과 현장성을 고찰함으로써 20세기 한국의 중문 문학 수용사, 더 나아가 한국의 외국 문학 수용사 기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