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폐허의 의인화를 통한 생명의 의지력을 제기하고자 함이다. 폐허라는 대상에서 생명력의 이미지를 도출한 것은 현대사회의 불완전성을 대유하기 위함이다. 사회라는 전체(全體)는 하나의 주체의 방식을 모방하면서 진보하고자 하며, 자신의 불완전함을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더 많이'를 추구한다. 그러나 나아짐이 없는 단순반복적인 변화는 오히려 주체를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하여 전체에 속한 개체(個體) 간의 차이를 더 강조하고 그들 간 조화롭지 못한 틈과 균열을 파고들어가 간극을 더 벌어지게 하는 상황으로 이끈다. 이러한 물결 속에서 주체는 본질을 상실하거나 전체의 일부로 편입되어 일종의 허구와도 같은 정체성을 얻는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러므로 스스로 형체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원래 뚜렷했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형상으로부터 찾게되며, 주체는 자기 내부에서 치열하게 모습을 만들어가며 고군분투한다.
연구자의 작품은 소멸에 놓여있는 무생물들이 스스로 능동적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것을 통해 자아의 생명력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들을 담아내는데 때로는 다변적 속성으로, 기억의 향수로, 장소의 역할 전환을 통한 자아의 발현 등으로 실현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전 과정은 주체 속에 내재한 본연의 생명력을 발산하여 스스로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하고자 함이다. 더불어 생명력은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레 발현되기도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힘은 사회적 관계망 속 유기체들과의 소통에 있다. 소통은 서로의 차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을 때 이루어진다. 소통이 주는 만족감은 주체가 홀로 존재하거나 전체에 자신을 의탁하고 있을 때 받는 깊이가 얕은 만족과는 거리가 먼 완전함이며 자아를 성장하게 하는 필수자극이기도 하다. 따라서, 객체들 간 주체성과 적극적인 관계로 인한 결과물들은 작품의 이미지를 일구어가는 핵심적 재료가 된다. 더불어 폐허의 쇠퇴적 의미가 현대예술에서 생명력을 띈 모습으로 전환됨에 따라 연구자의 작품 속 폐허 또한 유동적으로 변하였음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멈춰있는 듯한 폐허의 고요함 속 숨겨져 있는 생명의 역동성을 보다 확고히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한 폐허의 불완전한 형태와 생명력을 서술한 각 장에서 예술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연구자 작품 분석을 통해 미적의식을 도출하였다. 즉, 여기서 대비효과를 통해 대상들을 강조하고 불가능한 이미지를 전복시킴으로써 연구자의 해석을 통한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생명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동력을 찾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과정을 종합하면, 변화를 거듭해야하는 현실의 구조는 주체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변화된 환경에서 주체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생명의 무한한 힘을 증명한다.
연구자 작품에서는 이를 주체의 심리적 방향에 따라 스스로 변화하며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을 서술하였다. 그러므로 변화된 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유동성은 폐허를 쇠퇴의 대상에서 생명의 대상으로 전환시킨다. 현실의 어려움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늘 존재하기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이해하며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삶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이와 같이 예술적 대상으로 존재하는 폐허의 유동적 속성이 현실에서도 유연한 사고로 이어져 삶의 열린 방향성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며, 폐허의 불규칙함과 무질서함이 예술의 자율성을 발휘하는데 기여하여 최종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음을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