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 청년 유권자들의 공정성 인식과 불평등 인식이 청년 남성 역차별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최근 대선을 비롯한 일련의 주요 선거에서 청년층 유권자의 성별에 따른 투표 차이가 크게 벌어졌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학계에서는 이른바 '20대 남자 현상(이대남 현상)'을 지목한 바 있다. "이대남 현상"은 매우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아니라 오히려 청년 남성들이 역차별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의 '상징적 인종차별주의'나 '신-성차별주의(neo-sexism)', '젠더 지위 제로섬 신념' 등의 인식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즉, 20대 남성들은 미국 내에서 더 이상 여성이나 흑인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와 같은 정부의 지원 정책은 공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백인 남성들과 비슷한 심리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젠더나 인종 관계를 한정된 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는 태도와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청년 유권자들의 공정성과 불평등 인식이 청년 남성 역차별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통계 프로그램 Stata에서 순서형 로짓 분석(ordered logit)을 사용하여 가설을 검증하였다. 또한,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인식과 청년 세대에 대한 인식으로 각각 나누어 측정한 공정성 인식과 불평등 인식에 대한 문항을 각 가설의 독립변수로 사용하였다. 종속 변수인 '청년 남성 역차별 인식'은 청년 남성에 대한 역차별 현상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정도를 측정한 문항을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젠더 지위 제로섬 신념에 대한 간접적 분석을 위해 통제변수에 '삶 만족도' 변수를 추가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청년 남성의 경우 청년 여성과 달리 '청년 남성 역차별 인식'이 한국 사회 전반 분배 공정성 인식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었다. 또한, 청년 여성의 경우 청년 남성과 달리 한국 사회 전체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할수록 청년 남성 역차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년 여성은 반대로 청년 세대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할수록 청년 남성 역차별이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처럼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현상은 청년 여성의 삶 만족도와 역차별에 관한 인식 간 관계를 통해 이해될 수 있다.
청년 여성의 삶 만족도는 청년 남성과 달리 '청년 남성 역차별 인식'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청년 여성의 입장에서는 청년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곧 자신들에 대한 직접적 수혜나 이익으로 교환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다. 즉, 이로 인해 청년 여성의 청년세대 불평등에 대한 인식과 청년 남성 역차별에 대한 인식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청년 남성의 경우 삶 만족도가 청년 남성 역차별 인식과 유의미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이들이 청년 여성과 달리 젠더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성별에 상관없이 정치이념이 보수적일수록 청년 남성 역차별 현상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한국 청년 세대 유권자의 정치이념 결정요인에 젠더 이슈와 관련된 가치판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 대상이 서울시에 거주하는 20대~30대 청년들로 한정되어 연구 결과를 청년 집단 전체로 일반화하기 어려우며, 다른 연령대 및 다른 지역과의 비교 또한 어렵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삶의 만족도와 청년 남성 역차별 인식의 관계를 통해 젠더 지위 제로섬 신념을 간접적으로 추측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추후 능력주의 태도나 젠더 지위 제로섬 신념, 현대적 성차별주의 내지는 신-성차별주의 변수를 더한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