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꽃과 새를 주제로 하여 사생(寫生)적 기반 위에 심장(心匠)을 표현한 작품을 해석하는 이론적 근거를 찾고, 그 조형성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생(寫生)의 사전적 의미는 실물(實物)이나 실경(實景)을 있는 그대로 본떠 그리는 것으로 일반적인 서양예술에 관해 설명하는 용어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예술에서 사생의 함의는 자연과 창작자의 조화 이치에 따라 꽃과 새를 그려서 예술미를 대자연 자체와 동일한 것으로 완상(玩賞)하며, 거기에서 자연의 도(道)를 느끼는 미적 인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적 인식은 시각적인 요소와 창작의 정신의 단순한 결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물에 대해 관찰하고, 경험한 것들이 쌓여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으로 자연의 이치(理)와 인간의 이치 합일을 의미한다.
이러한 철학적 함의가 송대 신유학에서 말한 이학(理學)인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방법이다. 격물에서 치지하여 도(道)를 보는 것이 소식(蘇軾)의 상리(常理)론이며, 이러한 예술적 표현은 생기(生氣)와 자연미이다. 이러한 사생적 예술의 전통은 송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화조화가 유행한 청대에 운수평(惲壽平)에게서 두드러지며 그의 그림은 서정미와 생기가 넘치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람 소리와 꽃이 떨어지는 생생한 미를 느낄 수 있다.
본 연구자가 사생을 통해 화조(花鳥)의 심장(心匠)을 표현한 작품에 대해 분석하기 이전에 사생의 이론적 배경이 된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소식의 상리(常理)에 대해서 살펴본 결과 격물치지는 사물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고, 이를 통해서 얻은 지식을 넓히는 과정에서 자연의 본질적인 생명력과 합일되는 시점이 소위 동양예술에서 말하는 도(道)이며, 오늘날 미적 요소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청나라 운수평이 송대 전통을 계승하여 새로운 예술창작을 하였는데, 사생에서 나아가 섭정이론인 즉 그의 불행한 삶의 감정을 자연에 투영해 함께 표현하였으며, 이는 시대정신을 잘 표현한 것이다. 그가 살던 시대는 명나라 말기 청초의 격동기였으며 왕조의 변화, 사회의 변천 그리고 가정과 개인의 불행한 처지가 운수평의 생활, 사상, 예술창작에 많은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회화가 표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이론적 바탕을 통해 본 연구자는 '봄'이라는 특정한 계절과 시간에 대해 격물에 이르러 관찰을 하였고, 화조를 통해 심리적인 면을 투영하였다. 창작자는 작가의 시대에 따라 정신이 달라지듯이 본 연구자는 행복하고 설레는 감정을 색채와 구도를 통해 생기를 표현함으로써 운수평의 생기와는 차이가 있다.
본 연구자는 본인의 작품을 운수평의 작품과 비교 분석하고, 사생의 이론적 바탕이 된 격물치지와 이를 회화이론으로 확립한 소식의 상리론(常理論)에 따라서 동양예술의 정신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인지하며, 작품형성에 발전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