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번역방법이 다른 다양한 한글성경에 나타나는 성 관련 어휘 번역 양상을 어휘의미장을 구축하여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구축한 어휘의미장을 기반으로 어휘가 가진 의미 속성이 맥락에서 어떤 해석 차이를 가져오는지 관찰하고자 한다. 성 관련 어휘를 객관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세 종류의 어휘의미장(내포적, 지시적, 은유적)을 구축하고, 한글성경의 번역방법을 등가 이론과 관련성 이론에서 파생하는 네 가지 번역접근법(형식적, 역동적 등가번역과 직접, 간접번역)으로 세분하여 성 관련 어휘 번역 양상을 확인한다.
분석 결과, (1) 한글성경의 번역방법에 따라 어떤 의미 속성을 가진 성 관련 어휘를 더 많이 사용하는가에 차이를 보였으며, 성 관련 어휘의미장의 종류에 따라 어휘 분포와 개수에도 차이를 보였다. 내포적 의미장에서는 간접번역인 〈메시지〉가, 지시적 의미장에서는 직접번역인 〈개역개정〉이, 은유적 의미장에서는 형식적 등가번역인 〈킹제임스흠정역〉이 가장 많은 어휘를 포함하였다. 각 성경의 성 관련 의미장의 어휘 총합은 킹제임스흠정역(349개) < 현대인의성경(351개) < 메시지(370개) < 개역개정(430개)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번역방법에 따라 전체 성 관련 어휘개수에 차이를 보인다는 것뿐만 아니라 개별 어휘의미장의 어휘개수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성경이 성 관련 어휘의 의미 속성에 따라 다른 번역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어휘의미장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공인역본인 〈개역개정〉에서 가장 많은 성 관련 어휘가 나타났다는 것은 〈개역개정〉이 성 관련 어휘에 대해선 형식적인 번역보다 의미적인 번역양상을 보인 것이며, 성 관련 담화에 대해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각 성 관련 어휘의미장을 구성하는 어휘의 의미 속성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내포적 의미장은 주로 '간음', '동침'과 같은 '신체활동'이나 '인간관계'를 포함하는 성 관련 어휘들이 분포되었고, 지시적 의미장은 '창녀', '음행'과 같은 '사람'이나 '부정행위'에 대한 어휘들이 많이 나타났다. 은유적 의미장에서는 '하체', '넓적다리' 등과 같이 '몸부위'를 표현하는 어휘나 '벌거벗음'과 같은 '상태'를 포함하는 어휘들이 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히브리어성경은 성에 대해 완곡한 표현으로 수위를 낮추고 있지만 한국어로 번역될 때는 성적인 언급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불법적이거나 부정적 성행위에 대해서는 지시적으로 그 의미를 나타내는 어휘를 사용하고, 성과 관련되는 몸부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광범위한 부위로 확장하거나 다른 부위로 표현함으로써 성적 수위를 완화시키는 담론을 펼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었다.
(3) 번역 어휘가 가진 의미 속성의 차이로 인해 맥락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해석 차이가 발생했다. 의미 속성의 범주 차이나 의미계층의 깊이에 따른 해석 차이도 발생했으며, 어휘와 맥락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해석 차이도 나타났다. 원전의 의도를 적절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어휘가 가진 의미 속성뿐만 아니라 맥락에서 사용된 다른 어휘와의 관계나 언어사용자의 인식양상도 고려해야함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