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동·서양의 문화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중국 음악에서도 서양의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양의 음악 역시 동양의 영향으로 동양적인 문화 요소를 음악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발생하였으며 중국의 작곡가들도 서양의 음악과 작곡기법을 배우고 사용하게 되었다.
1908년 말러는 한스 베트케(Hans Bethge, 1876-1946)가 독일어로 번역한 중국 당시(唐詩)집 『중국의 피리(Die Chinesische Flöte)』를 읽고 감명을 받아 그 중, 7수의 당시를 가사로 발췌하여 교향곡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를 창작하였다. 말러의 〈대지의 노래〉는 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곡으로 평가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 현대 작곡가 예 샤오강(葉小綱)은 위대한 작곡가 말러를 기념하기 위하여 2004년 〈대지의 노래(大地之歌)〉를 제목으로 새로운 교향곡을 창작하였다. 이것은 말러의 작품과 동일하게 교향곡으로 작곡되었으며 당시(唐詩)를 가사로 채택하였다.
예 샤오강이 작곡한 중국어 버전의 〈대지의 노래〉의 가사는 중국 당나라의 시를 원문 그대로 옮겨왔으며 어조사 외에 다른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가사를 추가하지 않았다. 예 샤오강의 〈대지의 노래〉는 성악 선율에서 주로 중국의 전통적 오음음계를 교차적으로 사용하는 가운데 중국 전통 희극과 민요의 요소를 대량 추가하며, 반주 악기에서 중국 전통악기를 사용하는 음악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선율의 진행을 중국 고시의 운율과 결합하여 음악적 언어로 원시의 감정을 최대한 표현하였다. 예 샤오강은 이 작품에서 중국 전통음악의 스타일을 나타내는 동시에 서양 현대음악의 특색도 같이 살려 중·서양 음악의 융합을 보여주었다.
위에서 언급한 음악적 특징 외에 본 논문에서는 말러의 〈대지의 노래〉의 가사와 예 샤오강이 작곡한 〈대지의 노래〉의 가사를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말러가 사용한 당시는 중국어 원시가 아니라 불어 번역본을 독일어로 다시 번역한 버전이라 번역 과정에서 번역자의 사상과 심미를 첨가하여 번역되어 중국 당시의 느낌과는 매우 달라졌으며, 작곡하는 도중에 필요에 따라 가사를 수정하거나 첨가하여 사용하였다. 그리하여 말러 〈대지의 노래〉의 가사는 중국어 당시의 본래 내용과는 차이를 두고 번안되었다고 평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리하여 그 원안이 되는 중국의 당시의 느낌보다는 서양의 음악적 언어로 변환되어 작곡가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 되었다. 이와는 달리 예 샤오강은 당시의 원문을 그대로 사용하여 시인의 창작 환경과 감정 표현이 최대한 보존되어 작곡되었다.
그러므로 두 작품은 동일한 시를 채택하여 교향곡으로 작곡하였으나 서로 다른 음악적 언어와 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두 작곡가는 각자의 시대에서 융합적 창조성의 돋보이는 발현으로 음악사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므로 본 논문에서 두 곡의 가사 스타일을 비교·분석하고자 한다.